‘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
김기봉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인문·1만5천원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21세기, 역사학의 길을 묻다’(문학과지성사)는 역사 대중화에 힘쓴 역사학자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일상화한 시대에 역사학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기록한 책이다.

김기봉 교수는 역사학을 학문의 틀에 가두지 않고 그 경계를 넘어 사극, 역사소설 등 대중 역사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활발히 역사비평 작업을 해왔다.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에서 김 교수는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가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정의한 데 대해 반기를 든다. 그는 역사를 과학과 진보 과정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한 카의 이론에 반박하면서 사실(史實)은 하나여도 담론은 여럿이라는 점에서 역사에는 문학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역사를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로 나누는 오래된 체제를 청산하고, 일국사(一國史)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역사 서술을 지식이 아닌 상상력으로 해야 역사학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그의 정의가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임을 밝히며, 카를 비롯해 국가, 민족, 사회, 진보, 혁명, 계급 등 근대의 거대 담론 역사학 프레임에 대항하는 시도로 등장한 탈근대 역사 이론을 제2부에서‘오늘의 역사학’으로 소개한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제3부에서 유사 이래 가장 크고 빠른 문명사적 변화와 연관 지어 다각도로 ‘내일의 역사학’을 전망한다. 먼저 글로벌 시대와 다문화 사회를 맞아 일제 식민사학의 유산인 한국사·동양사·서양사로 나누는 3분과 체제를 청산하고, 민족사의 한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한국사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등장한 문명사의 유형인 ‘빅히스토리’를 통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전에 직면하여 전환기를 맞은 인류 역사와 역사학의 미래에 관해 고찰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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