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삼

친구여 너는 가고

너를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대신

그 그리움만한 중량의 무엇인가가 되어

이승에 보태지는가

나뭇잎이 진 자리에는 마치

그 잎사귀의 중량만큼 바람이

가지 끝에 와 머무누나

내 오늘 설령

글자의 숲을 헤쳐

가락을 빚는다 할손

그것은 나뭇가지에 살랑대는

바람의 그윽한 그것에는

비할래야 비할 바 못되거늘

이 일이 예삿일이 아님을

친구여 너가 감으로 뼈 속 깊이 저려오누나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인은 나뭇잎 진 자리에서 그 나무 잎사귀 만큼의 중량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 쓰는 일의 어려움과 나날이 이어지는 생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시인에게서 진솔하고 그윽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