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을까. 우리는 이를 꽤나 개화된 세상이 되어서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통유교 사상이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생각을 보란듯이 적고 있다. 서구 각국에서마저 여성에게 선거권이 허용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흑인 인권을 보장하자는 운동이 여성 권리를 개선하자는 것보다 먼저 일어났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정말로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21세기가 되어 참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여기며 차별적으로 대접하는 버릇이 우리 모두에게 아직도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놀랍게도, 신약성서 ‘갈라디아서’는 이미 2천 년 전에 ‘남자나 여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라고 선포하고 있다. 그런데 그처럼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렇게도 남녀의 차별과 격차에 대하여 고집스럽게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성별 간 임금격차 통계를 보면 회원국들 안에서 14.1% 의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다. 즉, 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부끄럽게도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데, 남녀 간의 임금격차가 무려 36.7%에 달한다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

7월 첫 주는 ‘양성평등주간’이라고 한다. 양성평등기본법은 남녀 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이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서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과 정신만 겨우 살아있고 현실에서의 실천에는 그리 관심들이 없다면, 실질적인 양성평등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이를 현실로 만들어 갈 것인가? 기념주간을 설정한다고 평등한 세상이 오는 것도 아니고, 법이 있다고 모두 다 지켜내지 않는다면 생각도 법제도 모두 헛수고가 되지 않을까.

유럽언론인협의회(EFJ)와 국제언론인협의회(IFJ)가 공동으로 발간한 ‘언론인양성평등핸드북’에는 다양한 영역들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보다 폭넓게 확보되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미 보장된 참여의 기회에 여성들이 생각보다 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문제라는 것이다. 동등한 능력과 노력에 같은 임금을 확보하는 문제, 성희롱과 성적학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문제, 의사결정과 네트워킹에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문제, 여성들 안에서 함께 과제를 발견하고 서로 상담하고 격려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 여성 리더십을 보다 주체적으로 형성해 가며 사회적 지도력을 확보하는 과제 등 여성들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것이다.

수천 년 전에 선포된 동등한 권리가 아직도 확보되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수천 년이 더 흘러도 손에 잡히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양성평등주간은 남성과 여성의 평등하게 대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을 터에, 이를 확보하기 위하여 당연히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는 쪽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남성이 시혜처럼 던져주는 무엇을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자. 이를 평평한 마당으로 만들기 위하여 한 사람 한 사람 할 일이 있음을 인정하기로 하자. 더 이상 소중한 딸들에게 힘들여 올라가야만 하는 부당한 비탈길을 물려주지 않기로 하자.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함께 손잡고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