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룡 DGB대구은행장 내정자가 사퇴함에 따라 대구은행장 선임 문제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행장 내정자로 선임된 지 40여 일만에 김 내정자 스스로가 물러나기로 결정함으로써 대구은행장 공백사태는 불가피하게 장기화할 전망이다.

비자금조성 의혹과 직원채용 비리 등으로 시작된 대구은행 사태는 검찰 수사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동안 DGB 금융그룹은 내적으로는 사태의 수습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겪었고, 외적으로도 은행의 신뢰가 깎이는 고통을 참아야 했다. 그러면서 은행은 지난 3월 박인규 전 은행장 및 금융 지주회사 회장이 물러나면서 수개월째 수장이 없는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의 역할과 기능으로 볼 때, 지역산업계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지난 5월 가까스로 지주회장 선임과 은행장 내정자를 선임했음에도 또다시 은행장 선임이 불발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매끄럽지 못한 선임과정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 김 내정자는 검찰의 수사로 경산시 금고선정 관련 채용 비리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은행 측의 석명한 해명이 없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나도는 소문대로 김 내정자가 박인규 전 행장의 최측근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면 은행장 공모과정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본인의 사퇴로 대구은행장 후임 선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만큼 공백을 최소화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은행의 유무형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 전 행장 사퇴 이후 석 달 이상 공백상태를 끌어 온 대구은행은 새로운 후임 행장 선임절차 등을 감안하면 은행장 부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받아야 할 심리적 불안감은 은행 경영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

이미 한차례 은행장 공모를 거친 마당이라 후임 은행장 선임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 질 수 있다. 인재풀에서도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을 맞아야 할지 알 수 없다. 사정이 복잡하면서 진행 절차도 공모, 내정, 주총 등으로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장기간 공백에 대한 안정적 대책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대구은행이 사활을 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앞두고 있어 은행 내부의 강도 높은 긴장감이 필요하다. 김태오 회장의 한시적 행장 겸임이 점쳐지고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현재 벌이고 있는 인사혁신 등 내부조직 강화와 함께 조직이 평상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위기 극복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김 내정자의 고심 어린 결정이 은행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