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만 혼란 가중
경제영향 큰 세제
공론화 과정 없어
특위도 ‘깜깜이’ 운영

내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라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에 기획재정부가 반기를 들면서 납세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기재부가 이견을 노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 직속 기구와 기재부 사이에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지난 4월 9일 출범한 재정개혁특위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과 국세행정개혁 TF(태스크포스) 단장, 더불어민주당 공정과세 실현 TF 외부위원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조세소위와 예산소위로 구성돼 있다.

조세제도 등에 관한 개혁과제를 발굴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재정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이 재정개혁특위의 목표다.

하지만 내년에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동시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늘리라는 최종권고를 지난 3일 내놓을 때까지 재정개혁특위가 ‘공론화’에 나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22일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주최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종부세 강화에 한정됐고, 참석자도 학자와 시민단체 중심이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아예 없었다.

발족 이후 조세와 예산 소위원회를 각각 11차례, 7차례 개최해 조세, 예산 등 재정개혁분야 개혁과제를 발굴 토론했다고 밝혔지만, 회의 개최 사실조차 비밀에 부칠 정도로 깜깜이로 운영됐다.

최종권고안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4명의 재정개혁특위 조세소위 위원들이 학계와 회계법인, 세무법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운데, 정부 인사는 1명밖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소득 과세와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소수의견으로 치부됐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확대 방안은 투표를 거쳐 최종권고안에 포함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정개혁특위와 정부가 세제 개편 방향을 놓고 이견을 보임에 따라 국민 사이에혼란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나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개편 방향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납세자들은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이 나은지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3일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이 대부분 정부 안으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권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의 발표가 사실상 정부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고객을 상담하고 투자나 금융상품 정보도 제공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차라리 발표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