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봉

몇 푼 벌러 대전 갔다 온 날 대전 가서 하룻밤 자고 온 날 쑥구렁에 처박혔다 돌아온 날 슬픔, 아지랑이로 피어오른다 오냐오냐, 이별가로 피어오른다

목이 메인 이이벼얼가를 불러야 옳은가요 돌아서서 피어누운물을 흘려야 옳은가요

고운 때깔로 슬픔, 저 혼자 흥얼거리는 날 몇 벌러 대전 갔다 온 날 설움 뚫고 온 날 사랑,저 혼자 사랑하다 돌아온 날 옳은가요 옳은가요, 이별가로 아득히 피어오른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동분서주한 시인의 신산한 삶이 고백적으로 그려져 있는 시다. 먹고 살기 위해 고달픔을 참고 견디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시인은 대중가요를 빌어 자신의 서글픈 처지를 풀어내고 있다. 깊숙이 뿌리내린 생의 근원적 비애를 노래하는 시인의 고백은 실직의 시대라 불러도 될 만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