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양 희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살다보면 무언가를 마음을 다해 챙겨오거나, 일을 다 하지 않은 상태로 다음날을 맞을 때가 있다. 어딘가에 무언가를 두고 온 것만 같아 자꾸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한다는 시인의 고백에서 근원적인 쓸쓸함이랄까 고독함을 읽는다. 우리는 그렇게 남겨지거나 잊혀지거나 관심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시인 정신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인생론은 잔잔한 감동을 거느리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