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정 희

꽃들은 자신의 몸 열어

가끔씩 달빛에 젖은 얼굴

내어 보이는데

내사랑은 북쪽으로 기울어진 가지

섣불리 손수건 매달지 못한다

북쪽엔 그가 있다

내가 찾아 가야하는 길 끝에

그가 기다리고 있다

잉걸불 사랑에 녹아 내리는 눈물

차마 내어 보이지 못해 출렁이는

연애는 밑 빠진 항아리다

앞서는 바람 부르지는 않으련다

다만,

꽃 진 자리에 돋아나는

상처 보듬으며

환한 세상 열어가련다

인간은 생래적으로 그리움을 품고 사는 존재가 아닐까. 시인이 말하는 북쪽은 방향성을 말하진 않는다. 다만 근원적인 그리움이 몸 안에 일렁이고 아득히 멀어져 있거나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시간 속에 간절히 그리워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꽃 진 자리에 돋아나는 상처는 새로운 잉태와 결실로 가는 길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움 가득 안고 그 길을 가겠다는 시인의 마음 한 자락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