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그 사회의 상품 가치를 총체적으로 평가한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개별 상품의 가격이 모여서 국가 단위의 물가를 형성한다고 보면 된다. 물가가 비싸면 서민층이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 물가가 급상승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5월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5% 상승했다. 작년 10월부터 8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물가가 오르면 경제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물가가 비싸지니까 우선 서민의 삶이 힘들어진다. 물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 화폐 가치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힘인데, 종전에 1천 원으로 살 수 있었던 배추가 폭등을 해 2천 원으로 올랐다면 화폐 가치는 반토막 난 셈이다.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상태에 있다면 배추 값 폭등 정도로 서민의 살림이 어려워질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미처럼 일부 국가에서 물가가 600~700%씩 오른다면 서민들의 삶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물가가 너무 올라 화폐가 거의 휴지조각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 나라 금이나 달러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가는 이처럼 관리를 잘못하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망치게 한다. 물가가 20~30%씩 올랐다고 가정하면 월급쟁이는 그 자리서 월급의 20~30%가 감봉당한다.

최근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머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조사한 세계도시 물가 비교순위에서 서울이 5위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1단계 상승했다. 가장 비싼 도시는 홍콩으로 밝혀졌으며 도쿄가 2위, 싱가포르 4위로 아시아권 도시가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의 상하이(7위)와 베이징(9위)도 10위권 내에 들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의 수도 서울도 이젠 세계적 도시가 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물가가 비싼 도시라는 게 명예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비싼 물가와 쾌적한 삶과는 거리가 있는 기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