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강기영. /tvN 제공
화려하고 멋진 주인공들 사이에서 남다른 감초 연기로 극을 꽉 채우는 배우들이 있다. 어딘가 얄밉지만 특유의 코믹함 덕분에 ‘밉상’은 아닌 것도 공통점이다.

최근 흥행 중인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강기영(34)은 그야말로 감초의 대표격이다.

남주인공 이영준(박서준 분)과 호흡하는 박유식 역의 강기영은 나르시시스트라 아무도 ‘직언’을 못하는 영준에게 유일하게 촌철살인을 가하는 인물이다.

이영준 부회장을 고용한 고용주, 즉 사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다. 물론 이영준이 그렇다고 박유식에게 당할 캐릭터는 아니지만, 의외로 단순 무식하고도 순수한 영준의 성격을 잘 파악해 티 안 나게 놀려먹는 유식의 모습이 큰 웃음을 준다.

‘김비서’인 미소(박민영)와의 관계에서 오는 고민을 ‘이종사촌의 대학동기’란 가상의 존재를 빌어 유식에게 털어놓으면, 유식이 바로 영준의 이야기임을 눈치채고그에게 직언하며 그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영준 편에 서니 든든하기까지 하다.

유식이 늘 옆에서 홍삼 젤리를 감질나게 먹는 유식을 구박하다가도 미소에 대한고민으로 스트레스가 쌓을 때는 따라서 젤리 껍질을 까는 영준의 모습 등에서 나오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 케미(케미스트리, 조화)가 로코를 더 풍성하게 살린다. 연극배우 출신의 강기영은 2014년 드라마 ‘고교처세왕’을 시작으로 ‘돌아와요 아저씨’, ‘더블유’, ‘터널’, ‘로봇이 아니야’ 등 여러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강기영은 27일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감사하게도 원작 소설과 웹툰이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유식이란 캐릭터 자체가 지닌 독특한 특징이 많아 원작을 많이 모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청자 반응 중 가장 감사한 게 강기영을 보고 유식이란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니냐는 말씀”이라며 “저와 유식의 유사점이라면 건강보조식품의 ‘노예’라는 점, 친구들과 만나면 누가 누가 안 쉬고 더 많이 이야기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얘기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시청률 4%를 돌파하며 호평받는 OCN 주말극 ‘라이프 온 마스’ 속 이용기 역의 오대환(39) 역시 이번에도 남다른 감초 연기를 보여준다. 1988년, 인성시 서부경찰서 강력계 경사로 근무 중인 이용기는 ‘행동대장’이다.

배운 것 없이 더러운 성질만 웃자라 오로지 뛰고, 때리고, 잡는 행동파이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충성하는 대상은 동철(박성웅)인데, 그런 동철에게 눈엣가시가 되는 태주(정경호)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자신보다 서열이 높으니 ‘대접’은 나름대로 하는데, 표정은 영 아니다. 껌을 ‘짝짝’ 씹으면서 태주에 들리라는 듯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하는 용기를 오대환은 200% 얄밉게 그려낸다. 물론 동철이 점점 태주에게 공감하듯 용기 역시 마음이 돌아설 것을 알기에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