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시간은 직선인가 원형인가. 역사가 기록한 시간은 분명히 직선이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일생의 희로애락을 보내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스러져가는 일도 시간이라는 직선 위에 우리 모두가 서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아닌가.

아니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람이 죽는 일을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일까. 시간은 직선인 동시에 원형인 것이다. 앞으로도 나아가지만 같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건을 경험하며 한 해 한 해 흘러가는 것 같아도, 해마다 같은 계절을 보여주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런데 햇수로는 2018, 2019, 2020. 그러니 시간은 직선이면서 원형인 것이다.

어김없이 2018년의 여름은 왔다. 또 그 여름 가운데 또 하나의 반복, 장마를 만난다. 이 때 즈음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가온 장마는 늘 반가우면서도 야속하다.

우선 농사에는 도움이 될 것이므로 반갑기 그지없는 것이다. 또 마침 여름 햇살이 뜨거울 적에 만나는 장마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어 좋기도 하다. 하지만, 빗줄기는 며칠씩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고 곳에 따라 물난리를 겪게도 한다. 그래서, 장마가 온다는 소식은 기대하면서도 반응은 늘 이중적이다.

이번 장마와 함께 들려온 소식 한 자락은 시간의 이중성을 다시 드러내 주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이제는 수다히 걷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의를 궁극적으로 구현하며 사회를 맑게 하여야 할 법원에 기나긴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은 다시 크게 무너져 내린다. 앞으로 나아가나 했었는데 다시 반복하여 목도하는 적폐인가 싶은 것이다. 가장 영리한 사람들이 저질렀을 폐혜는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보통 사람의 마음은 다시 힘들어 지는 것이다. 이제 법을 누구에게 맡길 수 있을까.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더니 대법원장이 법을 망친 꼴이 되지 않을까.

나라에 닥친 또 한 번의 장마가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이번에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어김없이 어려움이 닥쳐왔지만 시간은 또 어김없이 흐른다. 반복하며 진전하는 시간 가운데 던져진 사람들이 얼마나 슬기롭게 어려움을 이겨내느냐에 따라 역사는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 여름 장마를 잘 견뎌낸 농부가 풍년을 만나는 것처럼, 어려움의 산을 잘 넘어선 사회는 보다 풍성한 역사의 결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그동안 겪어온 역사와 흐름과 반복 가운데 이번 장마쯤이야 그리 어렵지 않게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시간이 흘러간다고 당신이 쌓아놓은 폐해가 묻힐 것이라 기대했다면, 반복하여 드러내는 역사의 지혜 앞에 부끄러워야 할 일인 것이다.

나아가며 반복하는 시간과 역사를 두려워 할 일이 아닌가. 장마가 걷히고 만나는 하늘은 늘 푸르지 아니하던가. 그리고 저 끝에는 청명한 가을도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계절과 시간이 보여주는 반복과 흐름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이 지혜의 끈을 놓지 않고 이겨 나가면, 분명히 더 맑고 더 밝은 세상이 펼쳐질 것임을. 누구라도 걸림돌이 되는 당신들은 역사의 물결 앞에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임을.

다가온 장마는 반가운 반복이었음을 증명하기로 하자. 드리운 어두움은 슬기로운 밝음으로 극복하기로 하자. 역사와 시간이 흐름과 반복의 지혜로 함께 할 것임을 믿기로 하자.

장마는 걷힌다. 역사는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