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는 현대제철이 올 여름 전기료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산업용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현대제철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제철은 전체 생산량 중 절반가량인 1천200만t을 전기를 이용해 철을 녹이는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다. 한 해 전기요금만 무려 1조1천억원을 납부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 경부하 요금(심야시간 저렴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엄청 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경부하 요금 할인폭이 종전보다 10% 축소될 경우 전기요금이 3.2%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제철은 연간 전기요금만 114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전력 공급을 늘릴 생각은 안 하고 산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결국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못 버티면 결국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산업현장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치명타를 입게 된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종은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경쟁에서 처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방침은 글로벌 트렌드에도 역행한다.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오히려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산업용 전력판매단가를 전년 대비 3% 내렸다. 대만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7.3% 인하한 데 이어 2016년에도 9.5% 추가 인하했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려 기업 경쟁력 향상을 지원한 셈이다.

중국 역시 산업용 전력판매단가를 2016년 kwh당 0.03위안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6년 4분기 기준 MWh당 97.5달러로, 미국(66.7달러)보다 비싸지만 일본(150.6달러) 독일(141.7달러) 영국(119.1달러) 등에 비해 싸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대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국가 간 전력요금 비교지표인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을 보면 한국은 87.1로, 일본(69.3) 미국(53.6) 독일(43.7)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얘기다.

온기온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요금이 15차례 인상되는 동안 주택용은 15.3% 오른 반면 산업용은 84.2%나 올랐다”며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설비투자 위축을 일으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