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수계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면서 대구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 실제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2일 대구시내 대형마트 등에는 생수를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각 마트에는 생수판매가 바닥이 나는 등 평소 판매량의 5∼6배가 팔려나가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을 짐작케 했다.

대구시와 환경부는 긴급 진화에 나서 지난달 21일과 24일 낙동강 원수와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여전히 많은 시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1년 구미 전자업체에서 유출된 페놀로 인한 ‘낙동강 페놀사태’를 연상할 만큼 시민들에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수돗물 쇼크는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한 달이 지나서야 발표를 해 고의적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은폐가 아니라고 해명을 하나 즉각 실상을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신과 불안은 키우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도 많다.

환경부는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발표된 과불화화합물질은 환경부가 수질감시 항목에 선제 지정, 수질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이며 “원인 물질은 정수과정에서 차단해 놓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또 “검출된 두 가지 물질 중 과불화옥탄산만 발암물질이며 이것도 낙동강에서 검출된 수준은 외국 기준치에 비해서 훨씬 낮은 수치”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대구시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당분간 생수를 사 쓰겠다는 등 찝찝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안전한 대구 수돗물 공급을 위한 범시민적 논의는 이미 페놀사태 이후부터 시작됐다. 구미공단 하류 낙동강 수계를 이용하는 대구시민의 식수를 공단 상류로 이전해 오염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본격 논의 10여 년이 지나도록 대구와 구미 간의 의견대립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정고령보를 방문하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금은 발을 뺀 모양새다. 이 문제는 새 정부가 물꼬라도 틀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제 과불화화합물의 검출로 이 논쟁은 또다시 근원적 해결책인 대구 취수원 이전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언제까지 양 자치단체 간 협의에 맡길 수만은 없다. 지금까지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낙동강 수계를 관리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어야 한다. 대구시민의 70% 정도가 낙동강 원수를 수돗물로 사용하는 가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논의를 벌여야 한다. 시민들의 쾌적한 삶이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