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운 기

꽃 질 때를 기다리는 나이다

피고 지고 기대어온 나무에게 꽃은 엄숙히 나이테를 둘렀건만

오래도록은 꽃 질 때가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꽃 진 자리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그대를 기다리던 저녁이 있었다

어둠이 보슬비를 이끌고 찾아왔었다

의자에 앉은 내 눈길이 서늘했을 것이다

벚나무 아래 앉은 나이 든 사내가

이제 지는 잎을 기다린들 나무는 반갑기만 할라고

활짝 피었다 하르르 져 버리는 벚꽃은 황홀함과 동시에 쓸쓸함에 젖게 하는 꽃이다. 화자는 벚꽃 진 자리에 앉아 사랑을 기다리던 청춘의 시간들을 회억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웠던 젊음의 시간들도 금방 추억 속에 묻히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는 씁쓸한 마음으로 비에 젖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보는 아침이다. 참으로 아득하고 아쉬운 시간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