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놓은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으로 나라가 또 시끄럽다.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역사교과서에 기존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21일 행정 예고했다. 바꾼다는 말만 강조되고 왜 바꾸는지 설명은 옹색한 이런 급변의 배경은 무엇인가. 국가적 이념대들보의 중차대한 변경을 이런 식으로 막 해도 되는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위 발표에 대해 “‘민주주의’라는 개념에는 자유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며 “자유를 내세우고 평등 등 다른 가치를 부차적으로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는 1972년 7차 개정된 이른바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진 것은 역사교육에 대한 불필요한 이념 논쟁과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헌법전문과 제4조에 ‘자유’가 명시돼 있어 헌법적 가치를 교과서에 싣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이명박 정부 당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을 정부가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교과서를 고치려 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논란폭탄인지 알 수가 없다. 상복(喪服)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를 놓고 조정이 두 패로 갈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급기야는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로까지 치달았던 망국의 당쟁역사가 떠오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월 교육과정평가원의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 집필 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빠졌을 때 국회 본회의에서 “실수”라고 말했었다. 이 총리는 나아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민주적 기본 질서의 차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긍금하다.

제발 먹고사는 일이 곤하고 버거워 눈물짓고 있는 국민들 생각 좀 해주면 안 될까. 왜 갖가지 말장난으로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을 정치라고 우기면서 시빗거리 생산에만 열중하는가. 혹시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한 개념용어라고 해서 감정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아닌가. ‘자유민주주의’ 에서 ‘자유’를 뺀다고 갑자기 좋아질 일도 석연치 않거니와, 나라의 서까래나 대들보 같은 핵심개념들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느닷없이 하나씩 뒤집어 엎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