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하면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소비도 많고 생산량도 많다. 그러나 라면은 1950년대 중반 일본에서 개발된 상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대다수 국민이 식량 부족을 이유로 미국이 제공한 밀가루로 연명을 했다. 이때 한 기업인이 밀가루를 튀겨 먹는 인스턴트식 제품 라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와 비슷한 식품이 중국에서 먼저 서민식으로 유통된 기록이 있다. 일본은 라면을 라멘으로 부른다. 중국어 라미엔(拉麵)에서 유래된 말로 보고 있다. 1800년대 말 중국에서는 면을 튀겨 건조시켜 만든 고칼로리 식품을 중일전쟁 때 전투용 비상식품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의 이름이 라미엔이다. 그래서 라면의 근원은 중국이라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현대식 라면은 일본이 원조다.

한국에서는 1963년 삼양라면이 최초다. 삼양식품이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중국식 발음인 라(拉)는 그대로 따라하고 면(麵)은 우리말 발음을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심각한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라면을 보급했다. 곡식위주의 식생활을 해왔던 우리 국민에겐 잘 맞지 않아 처음에는 국민적 호응이 적었다. 그러나 정부가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혼분식 장려정책을 펴면서 라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값싸고 간편하다는 인식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어갔다.

라면의 세계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1등이다. 한국사람 한 사람 당 연간 소비량은 73개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먹는 식품이다. 연간 1천억 개가 팔리는 라면은 지금 세계인의 음식이 되고 있다. 조리하기 쉽고 유통기간이 길어 구호물자로도 인기다. 전 세계 빈민들의 소중한 식품으로 사용된다.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에서는 한국산 팔도 도시락 라면이 러시아 사람들의 국민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8개의 현지생산 라인을 가동할 만큼 도시락 라면은 인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장 점유율도 갖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가난을 극복하는 식품으로 시작한 라면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최고의 식품이 됐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