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출범… 멀리 보고 담대하게 나아가라
보수·진보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는 유연성 보여줘
TK 새 지도부, 과감한 협치·소통으로 경제 세우고
한반도 평화시대 걸맞은 실사구시 자치능력 펼쳐야

6·13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심은 어떻게 해석해야 마땅할까. TK지역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세는 완강했다. 그러나 내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역민심은 보수 정치세력의 텃밭으로 온존하던 시간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주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정치인들이 분명하게 읽어야 할 함의(含意)가 결코 간단치 않다.

여야의 TK지역 득표추세를 들여다보면 이런 메시지는 더욱 명확하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높은 지지(대구 80%, 경북 81%)를 얻었던 자유한국당(한나라당)은 지난해 19대 대선에서 저점(대구 45%, 경북 48%)을 찍고 난 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다소 상승(대구 53%, 경북 52%)했다.

반면 민주당은 18대 대선(대구 19%, 경북 19%)과 19대 대선(대구 21%, 경북 21%)을 거쳐 6·13지방선거에서 급격한 상승곡선(대구 39%, 경북 34%)을 그리고 있다. 말하자면 TK지역의 민심은 보수정치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여전히 굳건하지만, 동시에 진보정치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TK지역의 민심을 단순히 ‘보수의 승리’로 이름짓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다. 아울러 조만간 진보정치가 장악하리라고 내다보는 것도 섣부른 진단이다. 보수정치인들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거듭나지 않으면 언제든지 걷어차일 수 있다는 냉정한 민심의 실체를 읽어야 한다. 진보정치세력 역시 TK민심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결기를 느껴야 할 것이다.

민선7기 지방정부를 꾸려가는 TK지역 정치지도자들은 무엇보다도 종래의 구닥다리 의식부터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통해 구태의연한 승자독식의 정치행정 행태를 구사하는 것은 이제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역의 진보정치인들 역시 오만과 편견을 극구 경계해야 마땅하다.

새로운 지도부는 과감한 협치와 소통으로 지역민들의 질박한 꿈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피폐한 지역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일에 여야가 공 다툼에 눈이 멀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이 시대의 정치적 요구는 분명하다. 보수는 좀 더 개혁적이어야 하고, 진보는 한층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념의 굴레를 과감히 넘어야 비로소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서 드러난 호남민심의 쏠림현상을 빌미로 또다시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는 퇴행적인 정치행정을 펼쳐서는 안 된다. 진보의 진정성을 용납한 TK민심은 보다 차원 높은 대한민국의 미래, 고향의 발전을 꿈꾸고 있음이 자명하다. 오랜 세월 고이고 썩어온 비이성적인 이념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원동력을 새롭게 장만하라는 냉엄한 역사적 명령이기도 하다.

TK지역민들이 이념대결의 암운을 말끔히 걷어내고, 투철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다른 그 어느 지역보다 더 풍요로운 미래를 펼쳐낼 원대한 설계도를 펼쳐보여야 할 것이다. 이른바 한반도 평화가 추구되는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용의주도한 자치능력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멀리보고 크게 보고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 민선7기를 이끄는 TK지역 지도자들이 똘똘 뭉쳐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드높일 야심찬 전략으로 감동적인 지방자치를 펼쳐주기를 고대해마지 않는다.

/안재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