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쇄신 의원총회
친박·비박 5시간 동안
계파 갈등 파열음

▲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 논의를 위해 21일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의원총회는 ‘중앙당 해체’, ‘전권을 갖는 외부혁신비대위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당 혁신안을 추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결론을 내기는 커녕 계파간 갈등의 골만 깊이 패였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계파 간 갈등으로 한국당이 분열하고 싸우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에서 복당한 의원들이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 친박계 등이 반발,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김 권한대행의 강경발언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노골적인 갈등 표출이 이어졌다.

의원총회 시작부터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논란이 됐다. 박 의원의 휴대폰에 적힌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정종섭 등등’,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친박계를 비롯한 비복당파 의원들은 이 메모를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한 후 인적 청산에 나서려는 시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의총에서 공개 발언을 신청해 해명하려했지만 다른 의원들이 비공개로 발언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박 의원은 취재진을 모두 물린 뒤 해당 메모에 대해 해명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의원은“(휴대전화를) 잠시 보는 사이에 (메모가) 언론 카메라에 찍힌 것”, “‘목을 친다’는 부분은 친박계가 비박계의 목을 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적은 것”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출당시켜야 한다” 등의 볼멘 소리가 나왔고, 메모에 등장한 김진태·이장우 의원 등은“계파 갈등을 조장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비박계 의원들도“박 의원의 메모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친박계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 사퇴를 주장했다. 심재철·김진태·이장우·이양수 의원 등이 발언자로 나서 “김 권한대행에게 지방선거 참패 책임이 있고,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안도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에 불과했다”, “지금 나온 계파 갈등의 문제와 김 권한대행이 무관하지 않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기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당이 나아갈 노선과 진로·운용 문제를 결정된 것인 양 이야기했는데, 권한대행 입장에서 (결정)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6·13 선거 패배의 이유 중 하나로 당 대표의 독선과 독주를 꼽는데, 어떤 논의 과정도 없이 (김 권한대행) 혼자 결정한 것이 또 다른 독선과 새로운 독주로 보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TK)지역에 지역구를 둔 한 친박계 의원은 “중앙당 해체는 말이 안된다. 당원이 책임지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 당에 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중앙당 해체는 말도 안된다. 그런 것을 왜 혼자 내놓느냐. 이 정도면 김 권한대행이 사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친박계에서 서청원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한 만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5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은 혁신안에 대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상대편 계파의 특정 인사를 거론하며 탈당해야 한다는 발언하는 등 계파간 갈등의 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갈라서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분당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한국당 의원 112명 중 80여 명이 참석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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