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정치와 여론조사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자주 비유된다. 정치가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존재할 수 있다. 또 판세 분석, 당선 가능성, 향후 대책 등을 내다볼 수 있는 잣대 역시 여론조사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외에 다른 측면도 존재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불신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조사하는 시간이나 요일
연령·지역·성별에 따라
편파·편중 결과 나오기도

전화조사원 면접 방법
ARS·안심번호 이용 아닌
응답률·정확도 제고 위해
블록체인 활용 등 모색 중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TK)지역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샘플이 잘못됐다’, ‘응답률이 낮다’, ‘샤이(부끄러움을 타는)보수층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다’고 불평·불만을 내놓았다. 심한 경우 ‘여론조작’ 논란까지 거론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가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타 여론조사는 믿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실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 한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모집단 샘플을 지난 대선 실제 투표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자를 우리당 지지자의 두 배가 넘게 뽑아 조사해놓고 그걸 여론조사라고 발표한다”고도 했다.

유권자들도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무엇인가 꿍꿍이 속이 있다’,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조장하거나 특정 후보를 죽이려 하는 것 아니냐’ 등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침묵의 나선 이론’과 ‘밴드왜건 효과’ 등으로 설명된다. 침묵의 나선 이론은 다수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나 소수일 때는 침묵하는 현상을 말한다. 밴드왜건 효과는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를 구매하는 현상이다. 여론조사로 대세론을 형성해 표를 결집시킬 수 있는 반면,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지자들이 위축되거나 선거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만큼 여론조사가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 여론조사의 세계는 어떨까.

◇여론조사와 아전인수식 해석

경북 전체인구에서 샘플 1천명을 연령대·성별·지역별로 같은 비율을 뽑아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표본오차는 ±3.1%로, 6.2%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1천명을 대상을 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한다.

여론조사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한다면 이런 표본오차가 날 수는 없다는 것. 선거기관 공식력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기관이 많이 늘어나는 데다 연령별 성별 지역별 균형을 무시한 ARS(자동응답시스템) 등으로 여론조사를 하다보면 편파·편중된 여론조사가 양산되기도 한다. 일례로 한국당 경북도지사 경선 도중에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한 여론조사 기관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경북도지사 경선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경산과 영천 지역을 제외하고 특정 지역 주민을 과다하게 넣은 여론조사가 구설수에 올랐던 것이다.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 후보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도 천차만별이다. 경북도지사 선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국당 이철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견이 없었지만 이 후보와 민주당 오중기 후보간의 지지율 차이를 살펴보면 언론사별로 차이가 뚜렷했던 것이다.

경북매일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0∼21일 경북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이철우 후보 37.1%, 민주당 오중기 후보 30.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매일신문과 TBC가 지난 6월 2∼3일 경북 유권자 1천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철우 후보 37.2%, 오중기 후보 23.6%를 기록했다.

반면 경북도민일보 등 경북지역 4개 언론사 공동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 (주)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철우 43.2%, 오중기 27.1%를 기록했다. 영남일보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지지율 격차가 다르다. 이외에도 타 지역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후보들간 지지율 차이가 심한 경우 15%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해야 할 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유리한 여론조사면 믿을 만한 여론조사라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많은 여론조사라며 신뢰하지 않으려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모집단 샘플, 조사 방식 등에 따라 조사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부와 자영업자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회사원 등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무슨 요일에 하느냐, 몇시에 여론조사를 하느냐 등 조사 환경에 따라 조사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똑같은 기간에서 같은 문항 등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오차범위 밖의 조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여론조사 관계자도 어려움 호소

여론조사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응답자가 여론조사에서 밝힌 연령대에 대한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ARS조사의 경우 20, 30대가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20, 30대가 아닌 다른 연령층이 응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모노리서치 관계자는 “응답자가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의 고공행진 지지율로 인해 한국당 지지층, 즉 샤이(Shy·부끄럼 타는) 보수층들이 많아 정확한 여론조사가 힘들다고도 말한다. 일부 유권자들은 일부러 여론조사에 자신의 속내와 반대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방식을 놓고도 고민이다. ARS조사는 상대적으로 답변 유보층이 적고, 야당 성향 유권자의 답변 부담이 덜한 반면, 전화면접 여론조사에는 ARS보다 응답률은 높으나 답변 유보층이 많다. 실제 ARS 방식은 무기명 투표처럼 눈치보지 않고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반면, 전화면접 여론조사는 누군가가 나의 지지 후보를 알수 있다는 기명투표 느낌이 강해 실제 표심을 숨기는 경향이 많다. 이 때문에 샤이보수층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표심을 숨겼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들은 유무선 비율 차이를 얼마나 둬야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관계자는 “여론조사 통제할 수 없는 샤이 보수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선을 일정부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낮은 응답률도 고민거리다. 대다수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 미만의 응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은 진영에서는 낮은 응답률을 매번 거론하며 여론조사 불신론을 편다. 이는 정치권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를 강하게 부정하는 주요 논거로도 활용될 뿐 아니라 여론조사 업체들을 비판하는 주된 공격 포인트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무선전화를 활용한 여론조사로 인해 과거보다는 정교해졌다고 말한다. 다만 정확도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기도 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 이민호 상무이사는 “무선전화를 활용하면서 과거 여론조사 때보다는 정확도를 높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여론조사가 선거 흐름을 알 수 있을 뿐 향후 선거에서 100%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심번호를 활용하면 응답률이 (ARS 방식보다)높긴 하지만, 결과를 보면 무당층이 50%가 나온다. 어떤 후보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50%나 되는데도 응답률에는 다 포함돼서 나오는 것”이라며 “ARS 방식의 경우 (응답률은 낮을지 몰라도) 무당층이 10% 내외로 낮게 잡힌다. 적극적인 의사를 가진 분들이 응답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론조사에서는 무응답층이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이 투표장으로 가면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털어놨다.

◇정확도를 높여라

여론조사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한국사회연론연구소는 블록체인 기술업체인 해시블록과 블록체인 여론조사 플랫폼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응답률을 높이고, 통계 분석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 전송 (Transaction) 내역을 기록한 원장을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기기에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익명성을 높여 누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 추적하기 어렵게 만든 점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여론조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자주 활용하는 ARS의 한계가 계속 지적받아왔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른 안심번호 사용의 경우에도 번호 발급에 열흘 이상 소요되는 시간과 선거기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런 한계점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철구 한국사회연구소 대표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노후 원전 폐쇄와 같은 공론조사나 주민소환 서명운동 등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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