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희 구

봄이다

신생이다

여기저기서 밝고 온유한 것들이 몰려온다

야트막한 야산 둔덕

지난 해 죽고 말라 비틀어진

잡풀들 사이로

쇠비름, 개망초, 쑥부쟁이, 씀바귀 같은

자잘한 것들이 생기 있는 얼굴을 내민다

암탉이 햇병아리 떼를 이끌고

종종걸음을 친다

논배미의 갈아엎은 흙무더기

사이로 땅강아지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아난다

아 온갖 것들이 몰려온다

성한 것 하찮은 미물들 할 것없이

저마다 가슴속의 하늘을 열어젖히며

봄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작고 미미한 것들의 되살아남에 시인의 눈길이 세심하게 가 있음을 본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대게 아름다운 것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인의 생각은 다르다. 작고 초라하고 소외되어 있는 존재들, 곧 밝고 온유한 것들이 이 세계를 떠받치는 근본과 토대가 된다는 존재의 원리를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