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정치권이 드디어 원색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복마전 게임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부른다. 특히 국회 산자위원인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주로 진보진영의 정치인들이 이러쿵저러쿵 포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이하 카운슬)을 비판하고 나섰다. 포스코가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할 부분도 없지 않지만, 민간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정치권은 19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논란에 이어 20일에도 카운슬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카운슬이 차기 회장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권은 현재 논의 중인 후보의 구체적 명단은 물론 회의 날짜나 후보를 압축하는 방식 등 인선 과정 전반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 흑역사는 처참하다. 포스코 설립 이후 민영화 이전 5명의 전 회장들을 포함, 모두 8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권 회장까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임기 도중에 하차했다. 정치 세력이 포스코를 정권 획득의 전리품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수상쩍은 CEO 선임과 사임 행태가 거듭돼 영락없는 ‘적폐’ 현상을 빚어왔다. 민간기업의 총수 자리를 정권이 좌지우지하는 선진국은 지구상에 있지 않다.

출발점이 정치권력과 유착되면 기본적으로 권력에 휘둘릴 조건이 형성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이지 않는 칼이 움직일 빌미가 된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경영진 구성의 폐습이 포스코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실 엔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인사결정은 미래지향적인 기업경영을 위한 극비사항이라는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 포스코가 정치권에 간섭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과정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 정부 실세와 연관이 있는 몇몇 외부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항간의 의혹도 완전히 불식돼야 한다. 세계의 눈이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건강하고 전도유망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차제에 입증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오직 경영적 측면에서 운영진이 꾸려지는 새로운 전통을 확립함으로써 포항시민과 지역경제계, 나아가 온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포스코 회장 선임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명명백백한 ‘시대 역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