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난에 지역사회 “투명하게 이뤄져야”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정치권이 원색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공정한 선임이 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회장 선임에 너무 시간을 오래 끄는 바람에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스코는 당초 20일 최종면접 대상자 5명을 확정키로 돼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변경, 다음주 중에 1명을 선정키로 했다. 이는 정치권의 개입 등으로 최근 이상한 흐름이 형성되자 고심 끝에 나온 결정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왜 계획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역경제계는 “투명한 선정을 약속해 놓고 후보 숫자를 압축하는 과정 외에는 공개된 것이 없다보니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포스코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19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논란에 이어 20일에도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이하 카운슬) 비판을 이어갔다.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카운슬은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물러나기로 한데 따라 차기 회장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권은 현재 논의 중인 후보의 구체적 명단은 물론 회의 날짜나 후보를 압축하는 방식 등 인선 과정 전반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산자위원인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부실 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포스코의 혁신을 짊어져야 할 CEO를 선출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포스코는 CEO승계카운슬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승계카운슬은 포스코 사외이사 5명과 권오준 회장으로 구성됐으나 권 회장은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유로 카운슬 2차 회의부터 참석하지 않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도 이날 포스코 회장 선정에 대한 입장을 냈다. 그는 “‘포스코 출신 후보’가 회장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정치권력에 기대어 회장이 된 후에 정권이 바뀌면 중도 퇴진을 되풀이하는 포스코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정치권력의 입김이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간에선 현 정부 실세와 연관이 있는 몇몇 외부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외부 인사는 회장이 돼도 업무 파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등 CEO 리스크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포스코 출신의 역량있는 분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추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들(KT·포스코)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이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같다”며 공정한 선정을 주문했다.

정치권의 잇단 의견제시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개입하면 그동안의 관례로 볼때 누가 되더라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입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목소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

지금 거론되는 유력 후보군 뒤에 나도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들이 포스코 회장 선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소리도 없지 않다. 포항철강공단의 모 기업체 대표는 “차기 포스코회장은 정치권에 끌려가기보다는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인사가 와야 글로벌 기업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카운슬이 이 부분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회사 사장은 “철강은 제조부터 판매, 기술개발까지 너무 많이 얽혀 있어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면서 “정치권에서 감놔라 배놔라하면 논란을 키우는 것 자체가 포스코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포스코 맨에 대한 모욕으로 들리기까지 한다”고 질타했다.

논란 속에서도 포스코측은 별다른 설명없이 선임작업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임 회장 선정 작업에 정치권이 가세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측은 포항 시민과 지역 경제계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월드 프리미엄(WP)제품, 2차전지와 리튬 등을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정해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수장 선임에 정치권이 끼어들면 여러가지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지나 않을까해서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솔직히 권오준 회장이 카운슬에 들어가면서부터 명분 면에서 일이 꼬여버렸고 그것이 정치권이 나설 계기를 만든 것”이라며 “포스코 회장 선임은 국가경제와 지역경제를 생각할 때 이번에야 말로 공정한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소지를 없애면서 선임절차가 진행되도록 각계가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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