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대학이 온통 비상이다.

특히 지역에 있는 비교적 위상이 낮은 대학들은 생존의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대학들은 저마다 교육부 평가와 구조조정에 필사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들이 그야말로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197개의 4년제 대학, 137개의 2년제 대학이 있다. 2019학년도 입학정원은 모두 55만명이다. 고졸자는 약 45만명으로 대입 정원보다 10만명 가량이 적다. 대학 진학률을 고려한다면 진학예정자는 40만명 미만일 것이다.

올해 신입생 모집 정원 중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는 지역대학들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입학 정원을 줄였는데도 신입생 충원율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한숨이 들려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러 대학들이 문을 닫아야만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다수의 사립대는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 전망에 의하면 2020년부터는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50개 정도의 대학은 ‘망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지 않고 상위권 대학부터 차곡차곡 지원한다면 수학적 계산상으로 50개 정도는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산술적으로는 그렇게 설명된다.

지역에서는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교직원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갖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교육부는 대학구조조정을 내세우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그 자체가 부작용이 심각하여 대학마다 갈등을 겪고 있다. 폐과되거나 축소되는 학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세대와 포스텍의 공동학위제,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의 융복합 학위제 등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포스텍과 연세대가 두 학교 간 공동캠퍼스 구축을 통한 파격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전해지는데 지역의 유사한 대학들이 서로 시설과 캠퍼스를 공유하면서 예산을 줄이고 학생들을 공유하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위상이 차이가 나는 대학끼리 교류를 꺼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위상이 차이나는 대학끼리의 공유개념의 도입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포스텍의 최근 위상이 다른 대학과의 MOU가 돋보인다.

이러한 파격은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의 디지스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디지스트의 무학과 단일학부제 실험은 여러 대학들이 벤치마킹해볼만 하다. 특히 학과 인기의 불균형으로 정원미달이 되는 학과가 있는 지역대학들은 무학과 단일학부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디지스트의 융복합 교육을 위한 무학과 단일학부제는 2014학년도부터 국내 처음 도입됐다. 급변하는 지식주도형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특정 학문에만 치우치지 않고 기초과학지식이 탄탄한 융복합 인재의 필요성을 절감해서이다.

이는 학생충원에 고전하는 지역대학들이 깊이 생각해야 하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디지스트의 융복합 개념은 포스텍-연대가 추구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공유캠퍼스를 통한 폭넓은 창의적 인재 양성의 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디지스트와 포스텍의 행보는 대학 전체의 정책으로 확산되어 현재 당면한 대학의 위기를 구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건설적인 다운사이징(몸집줄이기)은 바람직하지만 대학이 망해서도 안 되고 지역대학들이 문을 닫는 줄사태가 일어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포스텍과 디지스트의 실험과 도전이 한국대학의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