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배

오래된 몸 서러운 색깔로 물들이는

복사꽃잎, 연분홍에서 진분홍에 이르는

첩첩한 꽃길, 젊은 날 그 길을

그토록 두려워 떨며 걸었던 것이다

한 세상 여는 일이

세미하게 채도 다른

꽃잎 밟는 일인 것을

꽃잎 밟을 때마다 숨 멎는 줄 알았던

묵시의 시간들은 아팠다

이제는 헐거운 마음으로

저 연분홍 꽃잎 가장자리 밟으며

바람 느릿느릿 지나는 조치원에서

한나절 보낼 수 있겠다 복사꽃잎

흩날리는 아름다운 적소 황홀한

꽃길의 자락

청춘의 색깔은 연분홍 혹은 진분홍이 아닐까. 황홀한 아름다움이 그들을 사로잡고 그들을 흔들리게 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제 나이 들어서 그리도 황홀하게 사람을 사로잡던 연분홍색도 여유 있고 안정되게 그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시인의 균형감 있고 안정된 정서에 깊이 공감하는 아침이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