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내달 시행 앞두고
도내 시외버스 37개 노선
감회·단축 ·휴지·폐지키로
노조 조정신청에 파업 위기

경북지역 시외버스 노선 37개가 사라진다.

경북 시외·시내버스 업체 34개 개별노조의 상급단체인 경북지역 자동차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 파업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내년 7월로 미뤄진 버스업계가 가장 먼저 진통을 앓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을 앞두고 산업계 전반에서 나오는 우려를 대변하는 듯하다. <관련기사 5면>

시간당 임금을 지급받는 버스업계는 경북지역에서 37개의 버스 노선이 감축되는 등 예상됐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초 버스업계는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었으나 법 개정으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실질 임금 감소와 버스 운전기사 인원 충원 등 갖가지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운행되는 시외버스와 시내·농어촌 버스 업계가 주 52시간 기준을 지키려면 최대 1천500여명의 운전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북에는 시외버스 외에 26개 업체가 시내·농어촌버스도 1천444대를 운행하고 있다. 운전자는 2천200여명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경북도는 도내 시외버스 업계가 신청한 145개 노선을 조정·협의한 끝에 37개 노선을 감축키로 19일 발표해 주민들만 불편을 겪게 됐다.

경북도내 7개 업체가 시외버스 876대로 429개 노선을 운행 중인데 운전자수는 1천100여명에 달한다. 업체들은 지난달 도에 전체 429개 노선 중 33.8%에 해당하는 145개 노선 조정을 신청했다. 운행 횟수 감회 115곳, 단축 19곳, 휴지(일정 기간 운행을 중지) 7곳, 폐지 4곳이다. 도는 업체와 협의를 통해 단축 9곳, 휴지 2곳, 폐지 2곳, 감회 24곳 노선만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노선 조정은 평년 수준으로 다른 시·도와 협의해 최종 노선 조정이 결정된다”며 “노사정이 내년 6월 말까지 근로시간 탄력적 운영에 합의해 운전자 임금이 줄어들지만 버스 운행에 당장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포항 등 시내버스 업계에도 파장이 밀려오고 있다.

지선 94개, 간선 15개등을 운영하는 코리아와이드포항의 버스기사 임금 조정을 두고 노사 양측이 수차례 협의를 가졌으나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운행되는 버스는 200대, 운전기사수는 총 396명이다.

문제는 주 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말미암아 임금 감소 등을 이유로 노·사·정이 대대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포항시 시내버스 회사인 코리아와이드 포항에서는 격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 달에 13일이 기본근무일수이고 법 개정 전에는 1∼2일 정도 노·사협의 하에 추가 연장근무도 가능했다. 이럴 경우 버스기사들의 평균 임금은 월 3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추가 연장근무에 대한 특례조항의 제외로 격일제에서 2교대 근무 체제로 급격히 전환해야 했고 이에 따른 운전기사들도 추가로 필요하다.

임금 감소 폭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조 측은 월 22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과 회사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자 우선 협의를 통해 법 적용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한 상태다.

회사 측은 노조 측이 주장한 대로 월 22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면 추가로 필요한 운전기사 수는 80여명, 부담비용은 40여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리아와이드 포항 관계자는 “노조 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회사 운영비가 연간 390여억 원 가량인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비용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와이드 포항 버스노조 측은 죽도시장 입구 개풍약국 앞 등에 집회신고를 해두고 있다.

결국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한 회사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 포항시의 재정지원금 규모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어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시내버스의 주 고객층이 학생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이기 때문에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지원을 늘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

현재 버스회사에 지원되는 시 보조금이 연간 100여억원 규모인데 포항시로서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우 포항시 대중교통과장은 “국토부에서 내려온 표준운송원가 제도에 따르면 버스 1대당 약 2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회사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시의 보조금도 이에 따라 증액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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