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단국대 교수
▲ 배개화단국대 교수

6월 13일 지방선거의 결과는 놀라웠다.

자유한국당이 경북과 대구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 언론이나 비평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당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탄핵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변동의 출발점에 ‘교육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2016년 가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문제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당시 김종 문화체육부 차관에게 부탁했고, 그가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에게 청탁을 해서 정유라를 입학시켰다는 것이다. 입학 면접을 볼 때, 정유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자신이 정유라임을 암시했다고 한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딸을 체육 특례로 입학하기 위한 국내 승마 경기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교육은 오랫동안 신분 상승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실시한 고교평준화 제도 및 학력고사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교육 제도들은 모두 ‘학생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평하게 학생을 선발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 덕분에 1960, 70년대 농촌 출신 젊은이들은 부모님이 소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서울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한국사회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사회의 주류계층이 되었다.

요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며, 교육은 신분이 재생산되는 수단으로 전락되었다고 말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재학생 중 국가장학금 미신청자(최상류층 추정)와 9·10분위(상류층) 인원을 합친 비율이 서울대 74.73%, 고려대 72.27%, 연세대 72.56%’ 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류층 입학의 수단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목됐다. 이것은 수시선발 중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 입학생의 최상류층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정유라 사건’은 이런 상류층의 기분을 매우 상하게 했다는 점이다. 현 교육 제도 하에서는 상류층 자녀들도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 부모의 전폭적인 금전적 지원을 받으면서 어린이집 시절부터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정유라씨는 2014년 12월 초 이화여대 입학이 결정된 후,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유라가 이 말을 쓸 때 자기 어머니가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을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점은 몰랐던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어느 정도 시스템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교육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요즘 언론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상류층에 유리한 제도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상류층이라도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이 제도 안에서 자녀 입시 계획을 짜고 교육한다. 이것은 이들이 제도를 무시하면 소위 ‘정유라 사건’과 같은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나의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도 예측 가능하고 준비 가능한 교육 제도 안에서 자신의 자녀를 교육하기를 원한다. 갑자기 철 지난 정유라 사건을 끄집어내 이야기하는 것은 왜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한국사회의 상류층은 제도를 통해서 기득권이 보호되고 유지되는 사회를 원한다. 그런데 여당이 당의 이익을 위해서 이 제도가 몇몇 하찮은 개인에 의해서 농단되는 것을 묵인했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누구도 참지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이 점을 깨닫지 않는 한 그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