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교수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효형출판사 간)은 동아일보 문화부 이광표 기자가 쓴 문화재 이야기이다.

이광표 기자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오랫동안 문화재 담당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거의 전문가 수준의 이 책을 썼다.

‘한국미’, ‘익살과 여유’, ‘문화재 돋보기’, ‘그리는 사람과 보는 눈’, ‘문화재 주변이야기’ 등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국사에 가면 있는 아치형의 지붕이 있다. 홍예문이다. 홍예란 무지개라는 뜻의 한자어다. 우리에겐 아치라는 외래어가 더 익숙하다. 홍예문이라면 무지개문, 홍예교라면 무지개다리라는 뜻일텐데, 불국사에도 있고, 남대문, 동대문, 광화문 석축, 전남 순천 선암사에도 홍예교가 있다. 우리 고대 건축물에 이렇게 홍예교가 많은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의 전통적 건축미학의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그런데 그 홍예는 돌을 쌓아 무지개 모양으로 둥글게 쌓으면서도 이음새부분에 그 어떤 접착제도 쓰지 않고 쌓았다. 설명하자면 좌우에서 돌을 쌓아올리다가 맨 가운데 윗부분에 이맛돌을 끼워 완성하는 방법으로 만드는데 그 이맛돌의 모양이 역삼각형이어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 문화재의 과학세계를 음미해보는 것이 어떤가 설명하면서 실제 홍예문 사진을 곁들여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서울의 한 복판에서 고층건물과 차량에 몸살을 앓고 있는 남대문은 국보 1호다. 1398년에 만들어져 서울의 건축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어서 국보 1호인데, 그러나 남대문의 원래 이름은 숭례문(崇禮門)이다.

본명을 잃은 셈이다. 더 재밌는 것은 숭례문이라는 현판은 세로로 써져있다. 그 까닭은 음양오행설 때문이다.

한양 남쪽을 가로막아 선 관악산은 오행 중에서도 불이라 해서 불기운이 강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글씨를 세로로 쓰면 이런 불기운을 막는다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외 우리나라 문화재의 현판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석글들을 읽으면 상식이 쌓여 전문적 심미안도 키운다.

문화재의 도난 사건과 가짜시비, 보험금 이야기 등을 다룬 ‘문화재 주변 이야기’, 실수로 사라진 문화재, 국보 속의 외국산 문화재(강화도 전등사의 범종은 종신에 중국 북송 철종 4년이라는 명문이 있어도 보물 393호로 지정), 가장 비싼 우리 문화재 등 말 그대로 문화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도 흥미롭게 다뤘다.

주제의 매력성에 비해 글이 다소 짧은 감이 있어 좀 더 폭넓은 지식을 알려 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도 있다.

신문기사였던 글들의 정체성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책을 통해 “부서진 기와나 벽돌조각, 자그마한 토우(흙인형), 기와지붕의 잡상처럼 사소해 보이는 유물 하나하나에 살아 숨쉬는 선인들의 빼어난 미감, 여유와 낭만, 그것을 만나는 일은 감동이다”.

“이제 우리 문화재도 젊어져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의 모든 유형, 무형 문화재를 우리 세대의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후대의 것이다”는 저자의 말을 경청할 만하다.

‘신라토우-흙인형 : 한국의 에로티시즘, 그 영원의 현재’, ‘석빙고-한여름 차가움의 신비’, ‘귀면와-도깨비기와엔 도깨비가 없다’, ‘첨성대-천문대인가 아닌가’, ‘성덕대왕신종-칠 것인가 말 것인가’, ‘대왕암-신비에 잠긴 나라사랑’은 가까운 경주에 가서 꼭 확인하고 음미해 볼만한 글들이다.

<이정옥· 위덕대 국문과 교수>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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