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미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시민’으로 힘의 분산을 전제로 한다. 지방분권은 좁게는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행정권한의 차원에서 한정적으로 이해되는 지방분권의 의미가 이제는 사회·경제적인 전반을 망라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권한 및 사무의 배분·조정 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수도권과 다른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일반적이고 포용적인 의미의 정치·행정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분권에 따른 여성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여성의 자질과 능력의 활용이 더욱 확대되어 지역사회발전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정책결정자로서 역할이다. 지방분권은 정치·행정적인 측면에서 사회가치 배분 메커니즘의 다원화를 추구하고 있다. 즉, 지방분권의 진전에 따라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를 위한 가치배분의 실질적 주체로서 권한을 행사하며, 이와 동시에 이에 대한 무한책임의 당사자로서 위치를 담당하게 된다. ‘중앙의’ 그리고 ‘특정인의’ 독점물인 것으로 여겨진 지역사회의 가치배분 메커니즘을 그동안 배제되었던 ‘지방’과 ‘주민들에게’ 되돌려줌으로써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천하고자 한다. 지방분권을 통하여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참여를 통해서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주체적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이처럼 삶의 질적 향상을 스스로 도모하도록 하는 지방자치는 자연스레 여성을 지방정치의 주체로 등장하게 한다. 우리들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은 바로 여성들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영역보다도 여성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자치를 ‘생활정치’라고 하며, 지방분권이 진전될수록 ‘생활정치’의 영역은 넓어지게 되며, 그에 따라 여성들의 역할은 중요시될 것이다.

둘째, 정책참여자로서 역할이다. 생활정치에 있어서 여성의 정치·행정적 역할은 정책과정에서의 다양한 참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정책과정에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장되어 있다.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이 공식적인 참여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비공식적으로 정당인, 이익단체, 사회단체, 전문가 및 학자, 언론인, 일반주민도 지역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지방분권이 지역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관한 권한을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보면, 지역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과정에 참여자로서 여성이 지니는 역할은 증대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참여자의 수뿐만 아니라 참여의 영역에 있어서도 매우 한정적이다.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히 관련된 문제에 관한 여성들이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가치배분자로서 역할이 매우 미미하다는 현실은 생활정치를 지향하는 지방분권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정책집행자로서 역할이다. 지역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의 결정뿐만 아니라, 수립된 정책을 당초의 의도에 맞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역정책의 집행과정이야말로 지방정부의 활동이 지역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역문제가 대부분 주민의 실제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사안인 만큼, 지역내 생활인으로서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두지 않고는 효율적인 집행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바로 여성들이 지역의 생활인이라는 점에서 지역정책의 집행자로서 여성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정책의 집행을 통하여 주민들에게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되거나 주민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인으로서 여성의 참여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지역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