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메를 고쳐매며'(이문열 지음, 문이당 펴냄)
이 시대의 가장 역량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이문열의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는 중앙 문단에 나온 지 25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작가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글모음이다.

‘신들메’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신발끈을 동여매다’라는 뜻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자는 도약의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무엇보다도 50 나이를 반이나 넘긴 나이에 ‘신들메를 단단히 고쳐매고 새로운 길을 떠나겠다’는 작가의 태도가 놀랍다.

그 마음의 준비와 각오는 1장에서 상세히 얘기하고 있다. 또한 그는 새로운 길 찾기에 앞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체험과 견문에 바탕한 우려와 전망을 들려주고 있다. 현란한 문체와 해박한 지식으로 다양한 이야깃감을 풀어놓고 있는 작가는 또 한 번 우리 시대의 능란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작가는 요즈음 끊임없이 ‘시대와의 불화’에 휘말려 왔다. 페미니즘을 문제 삼은 ‘선택’으로 거센 논쟁을 치르기도 했으며, 홍위병 논란, 책 장례식 사건 등 수많은 시비들을 거쳐 홈페이지 폐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작가의 문학 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갉아먹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문학으로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갈음하는 이 산문집에는, 황폐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작가의 의지가 온전히 담겨 있다.

또한 이문열의 작가적 역량은 관념의 사실적 제시에서 독특한 빛을 발한다. 현 사회에 실질적으로 당면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항상 현실을 냉철히 직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세태에 대해 우려함과 동시에 언제나 균형 감각을 잃지 말고 중용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것을 다음 세대에게 당부한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에서 작가는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의 안목과 인식으로 번역되지 않고는 어떤 세계도 드러낼 수 없듯,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 없이는 어떤 문학도 우리를 감동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어떤 체제나 사상보다 사람을 가장 우선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렇듯 독자들은 이 산문집을 통해 수구도 극우도 아닌, 한 고뇌하는 인간으로서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는 전체 다섯 장으로 나뉘어 있다.

서두 격인 1장 ‘신들메를 고쳐매며’ 에서는 ‘들린 시대의 아이들에게’란 제목으로 곧 뒷세대로 물러나야 할 작가가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와 우려가 실려 있다. 2장 ‘읽으며 생각하며’에서는 독서를 통한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나라가 다르고 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도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명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 ‘정관정요’의 가르침, 아테네의 정치가 알키비아데스의 일화 등을 통해 이 시대에 주는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3장 ‘시속(時俗)과 더불어’에서는 요즘 상황과 맞물린 작가의 심경이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4장 ‘시대에 부치는 글’에서는 즈믄 해를 보내고 새로운 세기에 전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5장 ‘낯선 길 위에서의 상념’에서는 작가의 여행 체험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생생히 전해져 온다.

시론이나 칼럼 형식을 빌려, 또는 기행문이나 미셀러니 형식으로 구성된 이 산문집은 ‘작가와 시대와의 직접적인 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가 이문열의 문학 세계뿐만 아니라, 아울러 종교관, 역사관, 세계관, 예술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를 다루고 있어 한층 재미를 더한다.

<위덕대 국문과 이정옥 교수>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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