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참패한 보수 야권은 새로운 가치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재편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청에 맞닥뜨렸다. 야권은 2020년 총선 전까지 내부 혁신과 정계개편 등으로 보수 진영의 ‘새판짜기’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야권의 정계재편을 놓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에서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중도·보수 시민사회 세력을 통합하는 ‘빅텐트’를 이루자는 시나리오가 가장 힘을 얻고있다. 지난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때처럼 범보수가 힘을 합쳐 새로운 판을 짜자는 구상이다. 문제는 바른미래당 내부의 통합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호남 지역 의원들은 한국당과 손잡을 경우 유권자들로부터 ‘배신자’란 비판에 정면으로 노출할 우려가 크다. 한 호남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이미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린 상황인 데, 한국당과의 통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도 “한국당에 남아 있는 친박(친박근혜) 의원 등 80∼90%가 청산 대상”이라며 “합당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재편 시나리오다. 이는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시나리오다. 손 위원장은 “중도개혁 세력의 재편을 바른미래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당내 온건보수 세력과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세력을 통합 흡수해 기존 한국당을 대체하는 보수 정치 세력을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한국당 중심의 정계개편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전제로 하고 있는 데다 바른미래당 역시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될 만한 세력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바른미래당이 내부 결속에 실패하고, 바로 분당 수순으로 갈 경우다. 이럴 경우 호남계가 떨어져 나와 민주당으로, 나머지 인사들은 한국당에 흡수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자유한국당도 인적쇄신 및 정계재편이라는 명분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모두‘헤쳐모여’방식으로 새로운 당을 재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유승민 전 대표가 는 당대 당 합당 가능성에 대해“폐허 위에 제대로 집을 지어야 한다”며 합당보다는 보수정당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비친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기자

    김진호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