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우기획취재부
▲ 황영우기획취재부

지방선거가 끝났다.

규모가 큰 지진이 난 것과 마찬가지였다고나 할까. 야당 정치권은 본진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여진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2002년 6월 13일에도 대한민국 전역에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 140명, 광역의원(비례대표 포함) 467명 당선 등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반면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광역단체장에서 4석에 그치는 등 참패를 당했다.

16년이 흐른 2018년 6월 13일.

이번엔 진보를 지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4석을 차지하며 2석에 그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무릎 꿇렸다.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 등 지방의회도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보수의 성지로 불려온 구미에서조차 여당후보가 시장직을 차지했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려온 TK지역에서도 체면치레에 그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선거가 참패로 끝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각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한국당 해체론’까지 일고 있는 판국에 지도부 사퇴만으로 성난 민심을 다스릴수 있을까.

선거 승패의 원인이야 여러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할 모습을 찾는게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함께 고민해야 할 가장 근본 과제라고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청년 취업준비생 36.9%가 공무원을 준비한다. 청년 10명 중 4명인 셈이다. ‘공시족’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느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17조원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공시족 청년들이 앓는 우울증 증세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서울 동작구 마음건강센터가 2014~2015년 관내 공시족 120명을 검진한 결과 70%인 84명이 우울증 및 자살생각 위험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30대 공시족이 채점지를 옆에 두고 야산에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청년층의 일자리가 근본 문제다. 17일 OECD에 따르면 세계 주요 선진국은 경기 훈풍에 따라 청년실업률이 회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1분기 청년층(15~24세)실업률이 10.2%를 기록했다. 최악의 청년실업률에는 이제 무덤덤한 반응이 나올 정도다.

최저임금인상에 이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도 파장이 거세다. 단축된 근로시간 만큼 소득이 줄어 ‘저녁은 있지만 식사를 살 돈이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고령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부양을 담당해야할 청년층이 흔들리는 것은 예사 문제가 아니다.

미래한국을 이끌어갈 청년들이 앓고 있는 증후군들은 선거 대승에 기뻐하는 여당이나, 무릎꿇은 야당이나 근본 지향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정치권이 해야할 일은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치는 일일 것이다.

/hy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