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긴급 이사회서 결정
새 원전 4기 건설 백지화도
가동률↓ 적자발전소 전락
정권 교체 태도 급변 지적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월성 1호기의 경우 수명연장 여부를 저울질하던 3년 전만 해도 계속 운전에 따른 이득을 부각시키더니 이제 와서 적자 발전소라 폐쇄한다고 하니 정권 교체에 따른 태도 급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폐쇄 발표 시점이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이 확정된 직후라는 점에서 ‘정부 압력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낙영 경주시장 당선자를 비롯 한수원 노조와 동경주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는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서둘러 결정해야 할 만큼 다급했는지는 의문이다. 원전 폐쇄에 대해 이를 관할하는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 등 새롭게 선출된 단체장에 먼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절차다. 월성원전 건설은 애초부터 지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국가정책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를 전후한 2014년 말과 2015년 초까지만 해도 계속운전에 따른 이득을 강조해 왔다. 당시 한수원이 내세운 것은 2009년 한전전력연구원에 의뢰해 수행한 자체 분석자료와 2014년 8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였다.

한수원 자체 분석자료에서는 계속운전시 미시행 대비 약 1천648억원의 이득이 발생한다고 했고,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최소 1천395억원, 최대 3천909억원의 이득이 더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16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매몰비용과 관련된 해명자료에서 “계속운전 설비투자금은 5천925억원(설비투자금액 5천655억원+금융비용 등)이나, 2018년 6월말 기준 잔존가치는 1천836억원으로, 계속운전 설비투자금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5일 경영현안설명회에서 “작년 연말 기준으로 발전원가가 120원인데 판매단가는 60원 정도기 때문에 2배 정도 차이가 나서 월성1호기는 이미 적자 발전소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계속운전시 수천억원의 이득을 보장해줄 것이라던 월성1호기가 졸지에 적자 발전소가 된 배경 중 하나는 수명연장 결정 이후 발생한 경주대지진이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월성1호기는 안전조치를 이유로 한동안 정지시켜 놓고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월성1호기의 가동률은 40%대로 떨어졌고 지금도 정지 상태다.

전휘수 한수원 부사장은 “수명연장 당시에는 이용률 85%로 전망했는데 최근 3년간 이용률 실적은 약 57%”라며 “이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54.4%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더 큰 배경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뒤이어 12월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미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공기업인 한수원으로서는 이미 정부 월성1호기 폐쇄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굳이 ‘적자 발전소’를 유지해가며 손실을 늘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하루 빨리 폐쇄 일정을 결정하고 매몰비용을 산정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정부로부터 비용보전을 받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원전폐쇄 결정은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폐쇄 자체가 가져다주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다면 폐쇄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주/황성호기자

    황성호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