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고려말 13세기의 스님 일연의 저술이다.

삼국과 그 이전의 역사서이면서, 그 대부분의 역사적 내용이 설화로서 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적 기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삼국유사가 2005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박람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선정돼 독일어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기도 하다는 최근의 소식도 있고 보면 얼마나 소중한 우리의 문헌인가 알 만하다.

삼국유사에는 100편이 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고전 가운데 죽을 때 가지고 싶은 책을 하나 들라고 하면 단연 삼국유사를 꼽는다. 내 주위 많은 국문학자 사학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삼국유사를 소중히 여긴다. 나는 지금도 학교와 집, 어디에서나 내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보고 또 보곤 한다.

삼국유사는 역사, 문화, 신화, 종교가 총 망라된 고대문화의 보고다. 따라서 이와 관계하는 모든 학문의 소중한 문헌이다.

많은 학문의 근거문헌으로 연구되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의 이 책 '삼국유사와 여성'은 이제까지의 삼국유사 연구, 그중에서도 문학 연구가 남성연구자들에 의해 남성중심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반성적 자각에서 이제 여성중심적 시각으로 문학의 주인공인 여성들을 다시 점검해 보겠다는 소박한 입장에서 기초한 책으로서 주목해 볼 만하다.

곧 여성중심적 시각으로 삼국유사를 재독서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여성인물을 뽑아 이들의 삶과 성격을 조명함으로써 여성인물 자체, 여성의 행적 자체가 서사인 기술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책의 내용에 의하면 삼국유사에는 어느 고전의 전적보다도 풍성한 여성이 그리고 여성성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제대로 된 여성주의 문학을 공부하는 동학들에게는 여성이라는 표제어를 내건 용기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결과들은 여성주의 문학을 제대로 한 동학들의 연구 성과를 더욱 빛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옛 여인상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조선시대의 여인상을 떠올린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갇혀 자기표현의 통로를 상실한 채 소극적인 삶을 살았던 여인네들. 그렇다면 고대의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지만 오히려 삼국시대 등 고대여성들은 자신을 위해서, 대 사회적으로도 적극적인 삶을 살았다.

저자는 삼국유사에 나타난 여성을 존재의 변화를 이룬 여성, 과업을 실현한 여성, 도움을 주는 여성으로 나누고, 반면에 존재의 변화에 실패하고, 과업실현에 실패하고 도움을 받는 여성 등 역사의 뒤편에 있는 여성상도 제시하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전자에 비해 후자가 훨씬 적다는 것이고 그만큼 삼국유사 속 여성들은 적극적이며 사회적인 삶과 개임적인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길태숙, 윤혜신, 최선경 등 3인의 저자는 국문학, 혹은 사학을 전공하면서, 연세대에서 수학한 촉망받는 여성학자들이다. <위덕대 국문과 이정옥 교수>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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