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6·13 지방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집권 여당은 17개 광역 단체장 중 14개를 차지하고, 자유한국당은 겨우 대구·경북 두 곳에서만 승리했다. 12개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광역(시·도)의원 선거에서도 824명 중 652명을 당선시켜 80%를 차지했다. 광역의회 17개 중 10곳은 야당은 교섭단체도 꾸리지 못하고 기초 의원 역시 여당이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여당 진보의 승리고, 보수의 참패이다. 예견된 일이지만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1야당 한국당의 패인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선거는 흔히 구도, 인물, 정책의 대결이라고 하는데 한국당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구도 면에서 급박하게 진전된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은 선거의 모든 쟁점을 빨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여당 후보들에게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안겨줬다. 한국당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과 선거 전략의 부재는 선거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홍준표 당 대표의 지원 유세를 대구·경북에서까지 거부한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 물론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 민주당이 국정을 잘해서 얻은 표는 아니다. 선거의 판세는 초반부터 기울어 있었다. 홍준표, 트럼프, 김정은까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도왔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이제 선거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 압승으로 정책 추진의 동력은 확보했지만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중앙권력뿐 아니라 지방권력의 일당 독점 구도는 견제 장치 없는 자동차에 비유된다. 어느 시대나 집권 여당의 권력이 차고 넘칠 때 독선과 오만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로드 액톤경의 경구가 생각난다. 독점이나 과점 권력이 부패하지 않는 나라는 동서고금 드물다. 서민 경제가 어렵고 자영업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청년 실업률이 줄지 않을 때 민심은 쉽게 이반한다. 소득 성장 주도 경제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때 과감한 정책변화가 요구된다. 집권 여당은 이럴 때일수록 교만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중하는 참 진보의 길이 아닌가.

보수 한국당은 보수의 제 모습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한국당은 당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당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부분적인 수술만으로 살 수 없는 중증환자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당은 전직 두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공당이 책임만 전가하고 구태에 머물다 이 꼴이 되었다. 그러한 정당을 젊은 유권자는 혐오하였고, 중년 유권자도 무관심하였다. 당 지도부의 시대에 뒤진 반공 안보 프레임이나 맹목적 여당 비판만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자기 보신을 위해 침묵한 당 지도부에 대한 엄중한 탄핵이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은 하루 빨리 보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보수 정당은 전통, 자유, 정의, 진실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 여당은 자중하고 보수 야당은 개혁하라는 명령이다. 진보는 자기 점검과 통제를 통해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고, 보수는 철저한 반성과 개혁을 통해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참 진보와 참 보수의 양 날개를 구비할 때 이 나라의 정치는 발전할 수 있다. 선거 참패 후 홍준표 대표 등 야당 지도부의 사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참회하는 모습만으로 사태는 수습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상황은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데 보수 정당의 정책 프레임은 그대로이다. 제1 야당이 실질적인 보수 개혁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때 유권자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