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 봉

열매를 솎아보면 알지

버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 처음엔

열매 많이 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인 줄 알고

아니, 그 주렁주렁 열린 열매 아까워

제대로 솎지 못했다네

한 해 실농(失農)하고서야 솎는 일이

버리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알았네

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

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

올망졸망 매달린 어린 복숭아 열매를 솎는 것은 튼실하고 소담스런 열매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좋은 결과에 이르기 위해 작은 집착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 버릴 건 버리고 지키고 얻어야할 것들은 단단히 지켜야한다는 생의 원리를 일러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