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보수야당 궤멸
거센 후폭풍에 휘말려
승리의 축배 든 민주당
본격 당권경쟁 속으로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서울 여의도 당사를 떠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6ㆍ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완승, 야당인 자유한국당 참패로 끝나면서 향후 정치권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26일로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당권경쟁이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진영도 지도부 줄사퇴부터 당 분열까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4일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당분간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준비한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한다”며“오늘부로 당대표직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앞으로)한마음으로 단합하셔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질의응답없이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 전희경 대변인 등과 함께 당대표실로 이동해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수행원도 없이 홀로 당사를 떠났다. 홍 대표의 사퇴로 당분간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으며, 최고위원도 동반 사퇴했기 때문에 한국당은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옛 바른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대표는“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보수진영의 양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내홍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고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박주선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고 김동철 원내대표의 임기 또한 전날 만료된 만큼 의원총회를 통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비대위 체제를 가동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14일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엘리베이터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14일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엘리베이터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 혹은 이를 뛰어넘는 조기 정계개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단순히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만으론 양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야당의 궤멸을 보여준다”며 “당을 합하고 당 지도부가 그만두는 것으론 수습이 어렵고, 한국당이 해체하는 수준의 큰 변화와 쇄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락 정치평론가도“이번 지방선거는 한국당이 문을 닫고 신장개업을 하라고 국민들이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며“보수진영의 완벽한 인적쇄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도 조만간 당권경쟁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오는 8월 26일로 예정돼 있는 임기 2년의 당대표 선거에서 뽑힐 새 당대표는 21대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총선 결과에 따라 2022년 대선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권을 향한 민주당내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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