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영국에서 유행한 훌리건은 거리의 부랑자, 난봉꾼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본격적으로 ‘축구의 극성팬’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당시 사회복지 정책에 불만을 품었던 실업자와 빈민계층이 찾아가 불만을 표출한 곳이 축구장이다. 그들은 축구경기가 끝나면 불만을 경기장 폭력으로 표출했다. 훌리건의 폭력은 갈수록 과격해지고 사회 문제화되기 시작했다. 훌리건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지금도 이들의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가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조별 예선 3경기가 밤늦은 시간 벌어진다. 벌써부터 거리응원전 준비로 난리다. 한 여론조사에서 직장인의 66%가, 취업 준비생의 67%가 늦은 경기 시간이라도 관람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야식을 준비하는 업체들의 마케팅까지 가세되면서 거리 응원전은 점점 열기를 높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거리 응원에 나서는 붉은 악마의 열정적 응원은 2018 월드컵 축구 분위기 고조의 꽃이 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의 붉은 악마는 한국형 스포츠 응원문화다. 훌리거니즘과는 다르게 열정적이면서 질서도 정연한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거리응원 문화다.

붉은 악마는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때 나온 별명이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다른 팀이 기피하는 붉은색의 유니폼을 입고 선전하는 한국선수들이 4강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자 이들을 레드 데블(Red Devil)이라 불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을 앞두고 탄생한 한국 축구 팬클럽이 단체의 이름을 정하면서 ‘붉은 악마’란 명칭을 따온 것이 시초가 된 것이다.

대구시는 18일 오후 9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인 스웨덴전을 대구 삼성라이온스 파크에서 거리 응원전 형태로 연다. 모처럼만에 등장하는 붉은 악마라 기대감도 크다. 스포츠는 승부보다 정신이라 했던가. 붉은 악마의 함성이 저 멀리 러시아까지 울렸으면 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