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민심의 보수정서는 막강했다. 6·13지방선거 기간 내내 몰아친 민주당 태풍에 한때 진보 바람이 TK지역마저 휩쓸 듯 했지만 결과는 뿌리 깊은 보수민심의 노정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민주당이 선전했고, 급경사로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몰려 위태로워진 자유한국당을 구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발동했다. 이제 정말 잘해야 한다. TK지역이 한국정치의 ‘섬’처럼 고립되는 일이 없도록 혁명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마땅할 것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국당 권영진, 이철우 당선자가 예상 밖의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대구는 기초자치단체 8곳 중 자유한국당 후보 7명이 당선됐다. 달성군에서만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선택됐다. 경북에서는 기초단체 23곳 중 한국당이 17곳, 더불어민주당은 1곳, 무소속은 5곳 등에서 당선됐다.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과 제주 등 3곳을 뺀 14곳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 중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151명, 자유한국당 53명, 민주평화당 5명, 무소속 17명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12곳 중에서 11곳에서 민주당이 당선자를 냈다.

이쯤 되면 ‘민주당 싹쓸이, 한국당 몰락’이라는 뉴스 제목이 결코 과하지 않다. 사실상 선거 국면에서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견됐었다. 박근혜정부의 실패 악몽이 깊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해온 남북 평화무드가 무르익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보수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민심의 소재조차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TK지역 유권자들이 막판에 한국당에 지지세를 몰아준 배경은 무엇일까. 전국적으로 싹수마저 시들어가는 보수정치를 구원해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견제와 균형이 완전히 깨어진 1당독재의 위험천만한 정치구도를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황급히 나선 것으로 읽어야 한다. 이 같은 TK지역 민심은 민주당은 물론, 한국당 정치인들도 결코 오독(誤讀)할 일이 아니다.

선거결과를 나타내는 전국 지도를 보면 민주당에 완벽하게 포위돼 동해 바다 끝으로 몰린 한국당의 모습이 마치 위태로운 ‘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TK지역이 이 나라 정치의 초라한 섬이나, 외골수 별천지가 돼서는 안 된다. 시대가치를 제대로 찾아내어 온 국민들의 지지를 폭발시킬 매력적인 미래상을 펼쳐보여야 한다. 대한민국 부흥의 기적을 일궈온 자랑스러운 역사의 심장이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낡고 썩은 집부터 완전히 허물고 튼튼한 새 집을 지어내는 용단부터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