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사퇴 시사
당지도부 퇴진 기정사실화
안철수·유승민 감정골 심화
중도·보수 통합론 힘 받아
민주당, 지선·재보선 대승
주도권 쥐고 정국 운영할 듯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3일 오후 각당 개표상황실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침내 뚜껑이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국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줬고, 대구·경북(TK) 지역은 보수가 결집하면서 ‘미워도 자유한국당’이라며 한국당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선거는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내세운 문재인 정부 견제론, 그리고 민주당에서 부르짖은 한반도 평화 바람 등 문재인 지지론이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 전날인 12일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가 하면, 한국당 인사들의 막말논란까지 겹쳤다.

실제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막말 논란으로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른바 ‘홍준표 패싱론’이 일어났고, 막판에는 정태옥(대구 북)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 구설까지 불거졌다. 정 의원은 한국당을 탈당했지만 등돌린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13일 오후 11시30분 현재 개표결과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14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당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만 당선이 유력시된다. 홍 대표가 제시한 광역단체장 6석+α 달성에 실패함에 따라 한국당은 지도부 퇴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The buck stops here!”라며 사퇴를 시사했다.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1953년 1월 퇴임사에서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Pass the buck) 수 없다”고 한 말에서 파생된 말로,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홍 대표가 사퇴를 시사함에 따라 한국당은 조기 전당대회 등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을 놓고 내부투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혼란스러운 당을 수습해 21대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이완구, 나경원, 정우택, 남경필 등이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홍준표계 인사들이 “당을 살리기에 홍 대표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홍 대표가 재출마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홍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으로 당 대표를 사퇴하는 만큼 당 대표로 다시 출마한다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바른미래당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그 동안 지도부 선출, 공천 등을 둘러싼 내홍이 계속돼 왔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왔던 터다. 더욱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서로를 비판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특히 보수 분열이 패배의 주요 원인인 만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당하는 등 중도·보수 통합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정치사상 없던 일이 전개돼 정치개혁·개편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야당이 전체적으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심각한 자성과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성해 중도 개혁적인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전패하다시피 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원회 구성 등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기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대승함에 따라 주도권을 쥐고 정국 운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추미애 대표의 임기가 8월로 막을 내림에 따라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누가 당권을 거머쥘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당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문과 비문세력 간 알력이 드러났듯이 대선 전초전인 8월 말 전당대회에서 계파 간 한 치도 양보없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들이 조기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2년차인 상황에서 대권형 대표체제가 들어설 경우 정권으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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