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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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walks into Kim’s trap” (트럼프는 김정은의 함정으로 걸어들어갔다)

전 세계로 방영되는 CNN은 싱가포르의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였는데 이런 자막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우파성이 강한 전문가 토론자의 비판을 그대로 옮기는듯 했다.

이 의견에 전부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어떤 일일까?

한국의 보수적 신문의 기사 댓글을 보면 난리가 났다. “밥먹으로 갔는가?” “소문난 잔치 먹을것 없다” 등으로 이번 기대를 모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극단적인 독자들은 결국 핵보유만이 살길이다 주장하고, 핵보유 하니까 저리 대접받고 쩔쩔 매는데 한국은 문 대통령 방문 시 중국, 미국에서 홀대받은 걸 생각하면 역시 힘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었다.

어쨌든 필자도 트럼프가 어제 김정은을 극찬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가족을 살해하고 회의 중 꾸벅꾸벅 존다고, 자라 양식 못했다고, 버스사고 났다고 책임자들 수명씩을 파리잡듯 처형하는 사람을 유능하다느니 나라를 사랑한다느니 칭찬하는 건 무언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갔다.

트럼프는 북미회담 전 여러차례 걸쳐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다시 돌릴수 없는 비핵화)가 안 되면 회견장을 박차고 나가겠다고 했었다.

그런 트럼프가 어찌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트럼프는 이념을 가진 정치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트럼프를 이해하려면, 단지 이런게 협상이고 게임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가진듯하다. 10월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되는데 미국 국내 이슈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국제 이슈로 끌고 가려는 처절한 노력도 보이는 것 같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12일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그러나 미북 정상 공동 선언문엔 CVID가 포함되지 않았다.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CVID는 실종되었다. 4월 27일의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 것이 고작이었다. 사실 판문점 선언은 당사자끼리 한 것인데, 북한을 온갖 제재로 압박하던 미국이 이를 재확인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은 ‘판문점선언’보다도 더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서 북한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체제 안전 보장 약속은 ‘미국과 북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북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기자회견에서 CVID를 묻는 기자에게 시간이 없어서 넣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미국-한국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의 폐지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로 정상 합의문에 ‘CVID’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특히 북한이 그동안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핵사찰 등 검증 여부와 불가역 조치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 합의문에 CVID가 명시되지 않음에 따라 추후 협상 여부가 주목된다. 두 나라가 여러차례 실무자 회의로 조정한다고 하지만, 정상회의에서 선언되지 못한 CVID가 실현될 수 있을까? 정말 북한의 만든 함정에 빠진 것일까? 우리는 위험한 평화기분에 들어서는 안 된다. 정말 우리 자신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