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방선거다운 선거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전국적으로 4천28명, TK(대구·경북) 지역에서는 525명(대구 156명, 경북 369명)의 지역일꾼들이 새로 뽑혔다. TK지역의 당선자들은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한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 흔들릴 대로 흔들린 지역의 정치적 위상 회복은 물론이고, 심각한 상황에 다다른 지역 낙후현상까지 개선해내야 할 큰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새로 뽑힌 TK지역 당선자들이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적 사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사정 개선 문제가 으뜸이다. 대구는 대구대로 도약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고, 경북은 인구유출에 따른 생동감의 상실로 인한 퇴락현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피폐는 오랜 세월 집권당의 근거지라는 특수성에 기인하여 상대적으로 안일했던 풍토와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TK 지역의 낙후는 발전전략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중장기적인 전략에 의해 야심찬 발전벨트를 만들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온 타시도의 성공사례들을 보면 더욱 안타까움을 부른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소지역주의에 웅크리고 앉은 지자체일수록 쇠퇴의 막다른 길로 몰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지는 오래다. 제대로 된 발전벨트를 만들어 끊임없이 시너지 효과를 추동해야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김천-대구-구미 간 교류는 활발한데 비해 영천·포항은 구미·김천과 동떨어져 있어 동-서 성장축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경북의 청년들은 대구·부산·서울로 하염없이 떠나가고 있다. 경북은 전국에서 인구유출이 가장 많고 노인인구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전망한 앞으로 30년 안에 소멸할 84개 지방자치단체 중 경북 의성군이 지방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자체 톱10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출마후보들은 번번이 ‘잘 사는 고향’‘누구나 살고 싶은 농·산촌’ 건설을 부르짖어 왔지만,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180여 년 전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을 다하겠다(公廉願效誠)’는 출사표를 던지고 공직에 나섰다. 오늘날 지방선거 당선자들 역시 반드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기본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지역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 그리고 능력을 함께 발휘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빈한한 삶을 확연하게 바꿀 수 있는 신실한 비전을 들고 끊임없이 ‘절실’하고 ‘맹렬’하라. 고향발전을 향한 뜨거운 가슴으로 지방자치의 이상을 감동적으로 실현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