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폭력은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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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06.12   게재일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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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개화<bR>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우리나라 속담에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맛이 좋아진다”가 있다. 이 속담을 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여자를 자기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면 패는 수밖에는 없다는 난폭한 여성관을 이르는 말”이라고 뜻풀이가 나온다. 이것은 남성들의 가정폭력이나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합리화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폭력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우선, 친밀한 관계의 남성(남편, 연인)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들이 지난 9년간 총824명이라고 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3월 8일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남편 또는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739명다. 그리고 작년에도 85명의 여성이 남편 또는 연인에게 살해되었고, 103명의 여성은 살해당할 뻔했다고 한다. 이것은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분석한 최소치로, 실제로 남편이나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살인 또는 살인 미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데이트 폭력’은 더욱 만연한 현상이다.

홍영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설문(2016년)에 응한 성인남성 2천명 중 80%(1천593명)가 연인에게 한번이라고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데이트 폭력이 올해 들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지난 5월 17일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4월 데이트 폭력 관련 여성긴급전화(1366) 상담 건수는 총 3천90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107%) 올랐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일부 남성들이 친밀한 관계의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2016년 통계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부간의 폭행에 대해서 19.7%의 남성이 용인될 수는 없으나 법에 의해 처벌될 일은 아니다, 그리고 3.8%는 상황에 따라 용인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는 13.5%의 남성이 법으로 처벌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2.3%의 남성이 상황에 따라 용인될 수 있다고 답했다.

부부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을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폭력도 사랑의 표현’이라는 매우 오래 되고 일상화된 의식도 한 원인이다. 필자는 이런 사례를 대중문화에서 종종 발견하고 작가와 평자가 서로 용인하는 것에 종종 놀란다. 예를 들어 1969년에 출판된 ‘유자약전’이라는 소설에 대해 같은 나이의 평론가는 “속물인 ‘나’는 유자(여성)를 마구 때리는데, 이것은 이 세계의 타락성과 그처럼 타락한 세계에 동화되어 속화된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절망의 몸부림이다. 유자는 그의 분노와 절망을 함께 나누며 ‘이제 우린 깨끗해졌어요’라고 말한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필자는 왜 남자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여성에게 풀지? 그리고 이 여자는 왜 자기를 때리는 남자에게 공포를 느껴 도망가지 않고 이 남자를 감싸나? 라는 문제제기를 대학원 수업시간에 했다. 그랬더니 나이 많은 한 대학원생이 이것은 사디즘(가학증)이며 사디즘도 사랑의 한 유형이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다른 50대 중반의 대학원생도 모성애가 있는 여성은 이런 가학적 사랑도 감싸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즉, 엄마가 아이들의 괴롭힘을 참고 감싸주듯이 연인이나 남편이 그런 것도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교실에서 있었던 이런 문답은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이 벌어지는 원인들을 조금은 설명해주는 것 같다. 남자가 여자를 때릴 때는 자기보다 강한 어떤 것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를 자기보다 약한 여자에게 푸는 것이다. 그리고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니까 때리는 자기를 이해하고 감싸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여성들 중에도 이런 논리에 세뇌된 사람이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은 범죄일 뿐 거기에 ‘사랑’은 없다. 착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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