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상

연노랑 봄빛이 남녘에서 물들어 오면

산하는 생기가 되살아난다

구십춘광은 노인의 맘을 불타게 하고

기지개 편 정오의 툇마루에는

할머니와 손자는 도란도란 이야기에

가미솥 누룽지처럼 노릇노릇 익어간다

구수한 할머니 옛이야기는 쇠죽솥의 군밤처럼

웃음보가 툭툭 탁탁 터져 나온다

밭갈이에서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한 자 되는 대설대로 한 모금 길게 뽑고

방귀처럼 펑펑 터진 함박웃음을 지체 못하신다

오늘도 손자들은 조부모의

보살핌속에서 사랑을 먹고

봄빛처럼 연노랑 정서에 물들며 자라간다

되살아오는 생명의 불꽃이 산하를 뒤덮는 봄날 시인은 거세게 밀려오는 희망의 봄빛에 깊이 젖고, 환희의 합창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본다. 정겨운 고향 마을에 번져오는 봄빛살을 노래하는 구수하고 따스한 노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