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한국에서 대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출산율 저하로 어느새 고등학교 3학년 졸업생수가 전체 대학교 신입생 모집 인원보다 적어졌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가깝운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일찍 대학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이미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지 오래되었다. 일본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의 대학 진학률이 50.2%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 일본의 대학의 위기는 우선 고등학교 3학년생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의 비율을 보더라도 거의 비슷할 정도로 국공립대학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한국의 2018년 대학진학률은 69%로, 전세계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비율을 보면 압도적으로 사립대학이 많다. 그래서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비쌀 수밖에 없었는데, ‘반값 등록금’ 정책이 나오면서 정원을 다 못 채우지 못한 지방의 대학들은 수업료 수입 등이 감소해서 경영 곤란에 빠지게 되어 대학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대학의 위기를 교육부가 나서서 구조개혁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 멀지않은 시일에 발표가 날 ‘2018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로 대학의 서열이 정해진다. 그 서열에 따라 정부의 재정지원 대학이 결정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신입생 모집인원의 정원 감축이 시작된다. 게다가 하위 20%에 속하는 대학은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이 ‘2018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를 위해 각 대학에서는 지난 2017년도 1년 동안 준비한 보고서를 올 3월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그동안 대학의 특성화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대학을 한가지의 평가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서열화시킨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 농구선수, 야구선수, 수영선수, 스키선수 등의 스포츠선수들을 모아놓고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해서 서열을 매기고자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이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어느 선수가 제일 잘하는 선수인가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학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각 대학의 특성, 국립대냐 사립대냐, 대학의 존재 이유 등을 살펴보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나올 수가 없는 일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진학을 원하면 누구나가 들어갈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학은 신입생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입학생의 학력저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었다. 학습의욕이 낮고, 기초학습 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학생들도 꽤 있다. 특히 지방대학일수록 정원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시에서 지원자 전원을 합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학생일수록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이들을 위해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하고, 성적부진 학생들을 위한 상담 및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교수들은 학생지도 등으로 더욱 바빠지게 되었다. 비록 학습능력은 부족하지만, 그들에게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지역 대학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대학의 역할이 분명해 진다. 지역의 학부모는 자녀들이 다니는 대학을 응원하고 신뢰하는 관계로 이어져 가고, 지자체는 그들이 졸업하면 대도시로 유출시키지 않고 지역에 있는 기업에 취업시켜 지역을 위해 일을 하게 한다면, 지역 역시 더불어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의 대학과 지역의 주민이 함께 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