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정부의 부채부담이 늘어 간다. 그래서 정부는 빚을 숨기기도 한다. 미국의 연금은 자산의 가치를 부풀리고 있다. 자산의 투자수익률을 높게 가정하는 것이다. 한국의 연금은 부채를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하고 있다. 인구노령화로 인해 늘어날 연금지급 부담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간접적인 공적 부채까지 포함할 때 대부분 국가들의 빚에 대한 고민은 깊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그들은 암과 같은 치명적인 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치료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로서도 이런 환자들을 따라다니며 치료비를 대다가는 재정에 구멍이 날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질병을 조기 발견하거나 예방하는 것이다. 그것은 환자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서 세계 3대 암학회 가운데 하나인 ASCO가 개최됐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면역항암 치료제 뿐 아니라 암의 조기진단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진단 시장은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진단이라는 것이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고, 결과의 재현반복성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서 잠재시장이 무궁무진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대 접어들며 유전자 진단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신체 내 환부 조직을 직접 떼내어 보지 않고 혈액 내의 미량의 암세포를 찾아내어 그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먼저 현재 투약하고 있는 항암제가 환자에 잘 맞는지 점검할 수 있다. 사실 약을 잘못 선택하여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해법은 이미 세계적으로 비교적 보편화된 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편이지만 말이다.

한편 검출된 암세포가 일상적으로 만들어졌다가 면역세포에 의해 사라지는 평범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지, 즉 재발한 것인지, 그렇지도 않다면 새롭게 발전한 암인지를 조기에 진단하는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2013년경부터 유전자 분석 관련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졌고,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유전자를 활용한 질병의 진단 기술 혁신이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사람이 미래에 노출될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조기진단 관련 많은 프로젝트들이 임상 중에 있다. 향후 이들이 미국 식약처(FDA)의 승인을 받으며 진단 시장이 크게 열릴 전망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미국의 Foundation Medicine이다. 이 기업은 2010년 세계 유전자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양대축인 하버드대학과 MIT 교수들이 모여 설립되었다. 2013년 나스닥에 상장되었고, 2015년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Roche)에 인수됐다. 주식은 아직 상장되어 있다. Foundation Medicine은 최근 유전자진단 기법을 FDA로부터 승인받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성장은 이제 시작단계이므로 장기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더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전자 진단을 넘어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질병의 예방을 추구하는 글로벌 1위 기업 EDITAS Medicine도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증시에서는 암세포에 대한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키우는 신약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유전자 진단이 보편화되어 암의 예방 확률이 높아진다면 기존의 면역항암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즉 현재 거래되고 있는 바이오 주식의 가격 거품이 드러날 수 있다. 유전자 진단 뿐 아니라 항암제 안에서도 여러 대체재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바이오 주식 투자에는 틈새시장에서 확실한 핵심경쟁력을 지닌 업체의 선별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