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정<bR>문화부장
▲ 윤희정 문화부장

내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과 살림을 집행하고 감시할 사람을 뽑는 날이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지역의 앞날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소속 정당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보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다.

4년 전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 여성지에 실렸던 특집 기사가 생각난다.

‘화제의 여성 당선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는 여성 구청장이 싹쓸이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며 이름의 마지막 자가 모두 ‘희’ 여서 ‘희자매’ 라는 애칭까지 생겼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행정 전문가로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강북구 부구청장과 서울시 행정국장을 지냈다. 2010년 구청장이 된 뒤 성매매 업소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불법·퇴폐 영업과의 전쟁’을 벌였으며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원래 분식점을 하던 전업주부였다. 그러다 37살에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해 12년 만인 2002년 여성 최고령으로 합격한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다. 부산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잠실관광특구, 제2롯데월드타워, 위례신도시, 종합운동장 개발 등 도시 30%의 개발을 진행한 주역이기도 하다. 서초구청장 조은희 당선자는 새누리당의 여성 우선 전략공천 방침에 따라 서초구 최초의 여성 구청장이 됐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국문학 석사, 단국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 당선자는 경향신문과 영남일보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을 지낸 뒤 오세훈 서울시장 때 최초로 여성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이 세 여성 당선자들 중 조 당선자의 소감이 기자의 가슴에 깊이 남아있다.

“남성 행정관료가 일하던 자리에 여성 구청장을 찍은 것 자체가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라는 구민들의 메시지라고 본다. 소통과 배려, 통솔력에 더해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기보다는 사람 중심의 열린 행정을 펼치겠다.”

주민 불편 하나에 공감하며 꼼꼼하게 주민의 삶을 챙기는 여성구청장이 되겠다는 여성 당선인으로서의 야무진 포부는 그야말로 여성 정치인의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여러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 분야 진출은 매우 저조하며, 양성평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는 아직도 세계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국회의원의 숫자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51명으로 17%에 불과한데 이는 세계 188개 국 중 87위에 머무는 순위이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공공성과 인간성 실현의 궁극적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사실은 여성문제인 동시에 인간문제로 여성문제가 해결되면 인간문제는 거의 전부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에서 여성 대표 없이 여성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사회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분야에 여성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처하고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정치 분야 여성리더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 행정인은 청렴하고 합리적이다. 대구 중구청 윤순영 구청장은 청렴 합리적 행정인의 좋은 사례다. 윤 청장은 대구 중구를 대한민국 대표 명품 도심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민선 4기 취임 이후 내리 3선 단체장을 하며 근대골목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밀어붙였다. 그에게 ‘골목대장’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한 표를 던지자. 그러한 리더가 여성이라면 이 사회를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금상첨화다. 여자와 남자는 하늘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다. 한 쪽 기둥이 기울면 집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