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로에 갈수록 혼탁
고소고발 이어져 재선 우려
네거티브에 정책대결 실종
제도개선 필요 목소리 커져

6·13 지방선거 막판에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며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본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접전지의 경우 상대후보를 겨냥한 무차별 폭로전을 벌이면서 상대후보 깎아내리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TK) 기초단체장 선거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건전한 정책대결보다는 비방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흐리게 할 뿐아니라 후보들간에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져 재보궐 선거 등 심각한 선거 후유증이 우려된다.

봉화군수 선거에서는 돈봉투 사건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봉화경찰서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돈봉투를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후보의 선거운동원 B씨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B씨의 집과 사무실, 차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봉화지역 정가에서는 A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으나 경찰이 중간 수사발표 등을 하지 않아, 한국당 박노욱 후보와 무소속 엄태항 후보들간에 네거티브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지역의 한 언론사에 따르면 “B씨가 돈을 건네며 배후로 엄 후보를 지목하라고 회유했다”며 엄 후보가 박 후보의 조작설을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는 “엄 후보 측이 SNS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 사건은 현재 경찰이 조사 중에 있는 사안이며, 사건 결과 발표가 있기 전 허위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론사에 의혹을 제기했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기사를 교묘히 편집해 SNS을 통해 다량으로 확산시켜 고발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엄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해야 할 선거를 당선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여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영양군수 선거도 비방전으로 시끄럽다. 최근 민주당 경북도당은 영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호별방문과 금품살포, 식사제공 등 불법 부정선거 의심사건을 영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무소속 박홍열 후보 측은 “연루된 인사들은 한국당 당원과 후보로 알려지고 있다”며 한국당 오도창 후보를 지목했다. 오 후보는 “무소속 C후보가 금품 및 향응 제공을 오 후보가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거짓 선동하고 있다”며 “무소속 C후보 캠프 내에서 발생한 금품과 향응제공을 오도창에게 뒤집어 씌우고 이를 유세와 문자전파에 활용하는 등 악의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가 지칭한 무소속은 박홍열 후보다.

TK지역 곳곳에서도 비난성명,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안동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권영세 후보 측이 선거공보물·현수막·홍보동영상·SNS·언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안동시 부채 완전 청산’이라 주장하자, 한국당 권기창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무소속 권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청도군수 선거에 나선 한 후보 측은 지난 2일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매체 관계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하는 일도 발생했다. 경주시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최양식 후보가 한국당 주낙영 후보의 금권선거 논란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삭발했고, 이에 주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TK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흑색선전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불리를 느낀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후보가 혼탁 선거를 부추기면서 지역축제인 지방선거를 망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야지, 상대후보의 단점을 부각시켜 이용해서는 안된다. 특히 후보들은 네거티브에 대응하다보면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네거티브 대응에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지역발전 구상에 투자할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며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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