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는 앞으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돼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지역도 당장의 충격은 덜하나 민감한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시간이 줄면 여가 활동이 늘고 14만~17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의 반응은 다르다. 모든 정책이 준비가 부족하면 부작용을 겪기 마련이다. 지금 정부가 시작한 최저임금제도 정부의 좋은 취지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폐해가 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이의 전철을 밟을 것이 우려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 근로시간을 늘려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은 저녁은 있지만 돈이 없는 삶을 살기는 싫다는 내용이다. 시간제 근로자나 초과근무 수당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견 중소기업 직원은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서민의 임금이 줄 것이란 문제는 이미 예고됐던 문제로 이에 대한 대응책이 벌써 준비됐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속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오불관언식 태도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월급은 7.9%가 감소하는 반면 30~299인 기업체 근로자 월급은 12.3%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서민층이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는 의미다.

기업 애로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한데도 관련부처 장관의 태도는 안일하다. 일단 시행해 보고 보완할 게 있으면 보완하겠다는 태도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는 징역을 살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인데 정부는 가이드 라인조차 마련치 않고 있다. 한심할 뿐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출장이나 거래처와의 식사 등을 근무시간으로 보아야 할지 말지 혼란스런 일이 한둘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미 서울에서는 근로단축 시행을 앞두고 시외 및 고속버스 예약 중단 사태가 벌어져 국토부가 수습에 나서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법 시행에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우려가 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구경북에서도 일용 근로자가 많은 식당 등에서는 사람을 줄이고 음식값도 다락같이 올랐다. 정부의 정책이 선의의 의도를 가졌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크다면 개선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속도를 조정한다고 정책이 퇴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의 근심을 한시바삐 덜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