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방송 3사 조사서
대구경북만 ‘불안한 1위’
전국 광역장 모두 열세로
보수진영 “바닥 민심 달라”
전문가 “진보 응답률 높아”
실제 몇 곳은 다시 상승세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 불리는 대구·경북(TK) 보수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리아러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5일 KBS, MBC, SBS의 의뢰로 실시해 6일 발표한 전국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은 TK에서만 불안한 1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패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TK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및 무소속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기관들이 작정하고 여권 편들기에 나섰다고 강력 반발했다. 바닥민심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대표는 TK에서 30%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달리 47.1%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3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21.7%에 그쳤다.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말 그대로 ‘부끄러워’하는 샤이(Shy)보수가 “그래도 한국당”이라며 투표장으로 갔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TK지역 관계자도 “보수적으로 실시한 이번 지방선거 관련, 자체 여론조사를 보면 지역언론에서 나온 수치와 자체 여론조사 수치가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도 “6월 12일 미북정상회담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바람이 분다면 민주당이 TK에서 해볼만하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 동구청장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서재헌 후보가 앞서는 것은 한국당 배기철, 바른미래 강대식, 대한애국당 조화영 후보가 보수표를 갈라먹고 있기 때문”이라며 “바른미래와 대한애국당을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표와 샤이보수가 한국당 배 후보로 쏠릴 경우 판세를 예측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평화바람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견제해야 할 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여론조사에 잡혀있지 않은 무응답층, 특히 ‘미워도 한국당’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샤이보수층이 얼마나 결집하느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일반전화 여론조사는 보수, 가상번호를 부여받은 여론조사는 진보성향의 응답률이 높다”고 말한다. 모노리서치 관계자는 “ARS 응답률에서 무응답층이 적은 반면, 면접조사에서는 샤이보수가 실제로 다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상번호를 사용했을 때도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샤이보수들이 여론조사에는 응답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투표장으로 갈 경우 6·13 지방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관계자는 “ARS 조사 말미에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을 넣으면 20대 응답자 중 90%가 ‘반드시 투표한다’고 답했다”고 말하면서 실제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40%선에 그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TK보수층이 결집하는 듯한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경북매일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20∼21일 실시한 경북도지사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선 한국당 이철우 후보 37.1%, 민주당 오중기 후보 30.8%, 바른미래 권오을 후보 9.7%, 정의당 박창호 3.7%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북도민일보 등이 (주)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 43.2%, 오 후보 27.1%, 권 후보 8.7%, 박 후보 2.8% 순이었다.

경북매일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1∼22일 실시한 포항시장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한국당 이강덕 후보 43.9%, 민주당 허대만 34.4%, 무소속 모성은 후보 6.1%, 바른미래당 이창균 후보 3.4%였고, 포항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월 27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에선 이 후보 36.3%, 허 후보 34.4%, 바른미래 이 후보 4.3%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포항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4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포인트)에선 이 후보 43%, 허 후보 34%, 바른미래 이 후보 3.8%순으로 나타나 일주일만에 이 후보와 허 후보 간의 격차가 또다시 벌어졌다.

또 영천시장의 경우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에서 무소속 최기문 후보 36.8%, 한국당 김수용 후보 33.7%, 민주당 이정훈 후보 18.6%순으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북매일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5∼26일 실시한 영천시장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최 후보는 38.9%, 김 후보 29.4%, 이 후보 18.4% 순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비교해볼 때 김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일련의 추이를 한국당 TK지역 후보들은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한국당 TK지역 관계자는“지역정서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세몰이에 나서면서 지지층들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도“그동안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출하며 한국당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TK의원들은 보수결집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등으로 인해 한국당 텃밭인 TK에서조차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민주당 TK지역 한 당직자는 “과거 한국당 후보들은 TK에서 민주당 무시전략을 펼쳤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바람이 거세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한국당 TK의원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과거와 다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가 8일부터 이틀간 전국 3천512개 사전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투표는 이틀간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투표장에는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관공서·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 중 하나를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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