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민주당 후보 앞서
곳곳 접전… 판세 ‘안갯속’
정부·여당 기대감 부풀어

더불어민주당의 ‘동진(東進)정책’은 6·13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까. 민주당 집권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향후 TK(대구·경북)지역을 상대로 한 구애와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은 정부수립 이후 TK에서 한 번도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앞서는 선거구가 일부 나오면서 보수의 텃밭인 TK 표심도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도 역시 자유한국당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현 정부와 민주당 안에서는 “TK지역에 동진정책의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여세를 몰아 더 큰 바람몰이에 나설 기세다.

이러한 기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1년 전부터 이미 예상됐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의 TK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안동이 거론됐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안동은 조선 말기 서양의 신문화와 신사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혁신유림’(革新儒林) 세력의 중심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기념축사에서 안동 임청각(臨淸閣·보물 제182호) 복원을 처음 언급하면서 민주당 계열의 비중 있는 인사들이 잇따라 안동을 비롯한 TK지역을 방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8월 안동, 경주, 칠곡을 찾았는가 하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해 10월 임청각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인천 계양을), 안민석(경기 오산), 박찬대(인천 연수갑), 이용득(비례대표) 의원과 정의당 소속 추혜선(비례대표) 의원 등도 안동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는 문 대통령 부부가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처럼 여권은 역사적으로 연원을 가진 영남의 정신적인 중심지 공략을 통해 현 집권세력과 개혁을 향한 정치이념적인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차원의 동진정책을 펴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TK지역의 환심을 사려고 애를 썼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당선인 신분으로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 수감중이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추진했다. 또 재임 중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근대화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박정희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략적으로 접근한 동진정책은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패한 셈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새 동진정책은 혁신유림세력의 본거지였던 안동을 거점으로 진보세력의 개혁과 접목을 시도해 김대중 정부와 달리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시각이다. TK 광역단체장 선거전에서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와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의 지지율이 의외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삼걸 안동시장 후보와 장세호 칠곡군수 후보, 장세용 구미시장 후보 등이 선전중인 곳도 민주당 핵심인사들의 발길이 닿은 길목이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 안민석, 박주민, 조응천, 표창원 의원 등이 TK를 찾아 임대윤 후보 등 민주당 후보의 지원 유세를 펼쳤다. 오는 9일에는 추미애 대표가 대구를 찾아 중앙당 차원의 공약을 쏟아내며 바람몰이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남북정상회당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등 신 북풍을 타고 TK 공략을 통한 동진정책이 실제 투표에서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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